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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길 교수의 산문집 <겉멋과 속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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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용 수필과 달리 긴 호흡으로 쓰인 표제작 <겉멋과 속멋>에 눈이 간다. 한국인에게 ‘멋’이 주는 특수한 의미들을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는 ‘멋있다’라는 말이 우리에게 유독 강한 매력을 발휘하는, 즉 다분히 한국적인 가치어라고 전제한다. 외국말로 적확하게 번역하기가 쉽지 않고 우리 가치체계 안에서 진선미에 견줘 ‘멋’이 우월적으로 다뤄진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지은이는 멋을 정의하는 대신 명사들이 ‘멋스럽다’고 지정한 것을 모으는 데 주력한다. 조지훈은 “풍류, 화려, 호방, 쇄락, 경쾌, 율동, 초탈의 미에서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피천득은 “시적 윤리성을 내포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겉멋과 어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꽃병 속 장미꽃과 달리 살아 움직이는 인간적 가치가 있되, 교양이 갖춰진 ‘맛’깔스러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안과 밖의 멋이 유리되는 현실에서 지은이가 배려와 여유를 강조한 까닭이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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