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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1 16:18 수정 : 2005.02.11 16:18

전은강 장편소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카페 ‘민트’의 주인은 늙고 시끄러운 아주머니다. 이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면 가게 건물주인 ‘현’의 아버지는 그저 좀 약삭빠르고 약간 유별난 구두쇠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커피값 아끼려고 공원 자판기 앞을 약속 장소로 정하거나, 손자 옷을 사주라고 장모가 준 돈을 봉투만 바꿔 되돌려준 것이 유일한 용돈인 게 좀스러워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검약하다고도 할 일이다. 물론 아버지를 잘 아는데다 당돌하기까지 한 어린 아들 현은 “벼락 치는 날 아빠에게 카본 낚싯대를 들려 산꼭대기로 올려보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빙산을 들춘 건 카페 민트의 새 주인이다. 아리따운 30대 초반의 이혼녀 ‘미미.’ 3년째 홀아비인 현이 아버지는 자기를 좋아하는 슈퍼마켓 아주머니를 꾀어 얻어낸 향수까지 바르며 노골적으로 미미를 유혹한다. 질세라 현도 엄마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미미를 두고 “정신이 몽롱해진다”고 말한다. 문제는 새 엄마감이 아닌 제 애인감으로 삼은 채 정신을 잃는다는 것. 부자(父子)가 다투는 건 당연하다. 홀아비는 ‘산삼 먹고 무똥을 쌀’ 만큼의 능청스런 협잡꾼이 되고, 아들은 미미를 아버지로부터 보호한답시고, 아버지를 가두기까지 한다.

1996년 장편소설 <소에게 바침>으로 문단에 들어선 전은강(38)씨의 새 장편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디오네 펴냄)이다. 거침없이 이야기가 꼬리를 무는 성석제표 소설을 떠올릴 법하다. 때때로 작위적이거나 상투적인 화술이 흐름을 방해하지만 이미 첫 소설 때 그 특장을 인정받은 것처럼 문장은 날 듯 가볍고 빠르다. 설정환경이 우습고 엉뚱하다.

어느 동네나 있을 세탁소 주인, 쌀집 부부 따위가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관계로 함께 얽힌다. 마치 닳고 닳은 삶이 잊고 있었던 욕망과 그 욕망이 관계 안에서 해소되길 바라는 또 다른 애정의 욕망을 그려내기 위한 듯하다. 현과 홀아비의 맞대결이 상스럽지만 우습고 따뜻한 건 기실 애정이 결핍된 두 남자의 대결이 아닌 탓이다. 전처이자 전 엄마인 이가 나눠준 사랑을 이들이 함께 기억하고 있는 가운데 비롯한 싸움인 탓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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