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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현판 원래글씨 디지털 복원 의미 |
지워진 문화유산 재발견…‘정치공방’ 마침표
일 도쿄대 소장 사진도 복원 추진
사진 속 숨은 글씨까지 판독하는 첨단 디지털 복원기술이 광화문 현판 교체 논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일제시대 광화문 유리원판 흑백 사진의 이미지를 디지털 기기로 판독해 가려졌던 원래 현판글씨를 확인함에 따라 정조어필 집자안으로 비롯된 현판 교체의 정치성 논란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 현판글씨의 복원은 문화재 원상 복원의 측면에서 더욱 중요한 성과다. 이달초부터 보름간 작업한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과 팀은유리원판의 이미지를 디지털 망점으로 변환한 뒤 수백개의 점을 분해하며 글자 및 현판액틀에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원래 글씨체를 살려냈는데, 한눈에 글씨의 전모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문화재청은 애초 원래 현판사진을 수소문했으나 실패하고, 정조 어필집자본을 대안으로 냈다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다시 기존 사진을 정밀분석한 끝에 이런 결실을 얻어냈다. 각 글씨마다 마지막 획의 삐침이 솟구쳐 힘과 개성또한 느껴지는 이 글씨체는 1~2달 정도 지나면 온전한 글씨체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성낙준 유물관리부장은 “지금까지 복구된 글씨체를 쓰더라도 거의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판각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화재청은 불타기 전 원래 광화문 모습이 가장 잘 포착된 사진인 <조선고적도보>(1930년 조선총독부 발행)의 사진 유리원판도 계속 찾고있는 중이다. <조선고적도보>의 사진은 1902년 촬영한 것으로 당시 도쿄대 교수인 세키노 다다시의 <한국건축조사보고>(1904년)에 실렸던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쿄대 건축학부에 총독부가 찍은 구한말 문화유산 원판사진 10만장이 소장되어 있는 데, <조선고적도보>의 사진 원판도 이들 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도쿄대쪽에 사진을 찾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쿄대가 소장한 광화문 원판의 사진까지 디지털 분석하려면 최소한 석달 이상은 걸리겠지만 8월15일 현판을 교체 일정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19세기말 중건 당시 원래의 광화문 현판글씨는 그동안 서화가 정학교의 것으로 알려졌다가 문화재청이 최근 ‘경복궁 영건일기’를 발굴해 당시 훈련대장이었던 무관 임태영이 썼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뜻하지않은 현판 교체 논란이 문화유산 측면에서 원래 현판글씨와 글쓴이를 재발견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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