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국가’의 정체 |
‘국가’라는 말은 ‘국+가’로 된 합성어다. 이것을 ‘나라·네이션’으로 쓰게 된 것은 일제 강점과 그들말을 숭상한 친일 관학파 탓이 크다.
〈논어〉에 나라 ‘방’(邦)자가 많이 나오고, 나라 ‘국’(國)은 드물게 나온다. 〈맹자〉에는 국(國)이 많이 나오고 방(邦)은 한 번도 나온 바가 없다. 맹자는 ‘천하국가’란 말을 한 번 썼는데, 이는 하늘 아래 있는 ‘나라와 집’(國+家)을 일컫는 것이었다.(孟子曰 人有恒言, 皆曰天下國家, 天下之本, 在國, 國之本, 在家, 家之本, 在身. 7권)
맹자는 ‘국+가’와 같은 합성어를 많이 썼다. ‘친척군신상하’(親戚君臣上下·13권)라는 말이 합한 말로 사용된 보기다. ‘친+척·군+신·상+하’라는 말 가운데서 ‘친’과 ‘척’이 떨어지지 아니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이런 것을 우리는 문리(文理)라고 했다. ‘親’은 ‘親黨’을 말하는 것이고, ‘戚’은 ‘戚黨’을 말하는 것이다. “성씨가 같으면서 족보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친당’이고 “성씨가 다르면서 핏줄이 통하는 사람들”이 ‘척당’이다. 외가 핏줄이 척당이고, 고모 아들딸·손자손녀가 척당이다.
배달 선비는 〈맹자〉를 읽고서 ‘國’과 ‘家’를 따로따로 떨어지게 사용했다. 일본인들은 〈맹자〉를 읽고서 ‘國家’를 ‘나라’로 오판했다. 그런 잘못된 쓰임이 ‘실국시대’에 들어와서 광복 후에 만든 헌법에 일본말 ‘國家’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런 ‘국가’를 버리고, 그 자리에 배달말인 ‘나라’를 넣어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국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바로잡기에 시급하다. ‘나라와 집’을 동일시할까 싶은 곳에 두려움이 있다. ‘나라가 소중하다’란 것을 가르치려고 하면 집 ‘家’를 나라 ‘國’ 뒤에 붙여서는 안 된다.
려증동/경상대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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