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이고 대표자격·고종 승인 없어”
무효시기 한·일 시각차 피해보상등 쟁점 불씨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사진)이 ‘을사늑약’(乙巳勒約) 무효를 선언한다. 김 관장은 18일 오후 1시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기조발표를 통해 “한-일 간에 평화적 방법으로 체결되지 않았고 조약의 비준권자인 광무황제(고종)가 이를 승인·비준한 일이 없었다”며 1905년 을사조약의 원천무효를 선언할 예정이다. ‘을사조약 무효론’은 이미 국내 학계에서 널리 인정된 이야기지만, 이를 정부 고위관리가 공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독립기념관은 문화관광부 산하 법인이고 관장은 행정부처 차관에 준하는 예우를 받고 있다. 김 관장은 미리 나눠준 보도자료에서 “광복 60주년과 을사늑약 100년을 맞아, 일본 제국주의의 한국 강점의 역사가 완전히 불법적인 것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7천만 민족의 이름으로 1905년 11월18일 새벽,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강박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이 원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을사늑약이란 조약의 강제 체결을 강조하는 용어로 ‘을사보호조약’이란 명칭에 식민사관이 반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90년대 이후 사용되고 있다. %%990002%%김 관장은 을사조약 무효의 근거로 모두 10가지를 꼽았다. △한·일 양국 간에 평화적 방법에 의해 체결되지 않은 점 △조약 체결 대표자들이 두나라 황제의 위임을 받은 대표자의 자격을 갖지 못한 점 △조약 비준권자인 광무황제가 이를 한번도 승인·비준한 일이 없는 점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얼핏 새삼스러워 보이는 김 관장의 선언은 학술적·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다. 을사조약의 무효성에 대한 한-일의 시각차이가 그것이다. 최근 관련 외교문서 공개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1965년 한-일 협정을 보면,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돼있다. 여기서 ‘이미 무효’라는 문구를 두고, 일본 정부는 “원래는 관련 조약들이 유효했지만 1951년 9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의 독립을 승인한 결과 지금은 무효가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해왔다. 을사조약의 합법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와 학계에서는 “‘이미 무효’라는 것은 조약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였고, ‘처음부터’ 조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주장해왔다. 을사조약 자체가 불법이므로 정당한 효력의 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시각차는 단순한 역사논쟁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피해자 보상 문제, 간도 영유권 문제 등 여러 국제법적 쟁점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김 관장이 조약의 원천무효를 선언한 의미도 여기에 있다. 한편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을사늑약, 그 100년의 기억’을 주제로 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상찬(서울대), 홍순권(동아대), 이성환(계명대), 노영돈(인천대) 교수 등이 을사조약의 불법성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 대해 발표·토론을 벌인다. (041)560-0401.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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