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줌마들의 생생한 인생 재발견
뭉클한 메시지…채우지 못한 꿈과 환상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면서 사랑도, 인생의 즐거움도 이십대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는 끝났다. 만약, 스무살에 무엇인가를 시작한다거나 서른 살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라면, 어째서 쉰 살은 안 된단 말인가. 캐나다 출신의 뮤지컬 <우리 아직 뜨거워!>(We're Still Hot!)에는 오십대에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과 독립심을 찾아가는 네 명의 중년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인 <우리 아직 뜨거워!>가 최근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인 성 루크 극장에서 한참 공연중이다. 주인공은 1970년에 고교를 졸업한 네 명의 오십대 여성이며, 졸업 35돌 기념 동창회에서 올릴 공연을 함께 준비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케이트는 과거에 브로드웨이에서 작가로 성공하겠노라 큰소리 쳤으나 대본 하나 변변히 완성한 게 없는 가게 점원인 현실 앞에서 망설이고, 뉴욕에서 직장여성으로 성공했으나 독신생활이 외로운 신시아는 젊은 애인을 뽐내지만 혼자 사는 인생이 공허하다. 온 학교의 우상이었던 찰스와 결혼한 마린은 대학교수가 되어 누구보다도 완벽한 생활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나치게 도덕적인 스스로의 성격과 찰스의 바람기로 고통받고 있음을 숨긴다. 나머지 한 명은 공연장을 청소하는 헝가리 이민자 출신의 중년 여성인 주주. 브로드웨이 배우가 꿈이었지만 헝가리 억양을 못버리는 바람에 결국 청소부로 생계를 유지하며 여전히 배우의 꿈을 꾸는 억척 여성이다. 네 명의 여성은 모두 마린의 남편인 찰스와 연관이 있음이 밝혀진다. 케이트는 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를 혼자 키우고 있고, 신시아는 찰스가 뉴욕에 둔 정부이며 주주와도 클럽에서 만나 바람을 피운 사이. 친구들 사이에서 성공한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하던 이들 네 명의 여인이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고, 네 명 모두 미련없이 찰스를 차버린 뒤, 새로운 각오로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줄거리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뭉클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이 뮤지컬이 뉴욕에서는 그만한 반응을 얻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002년부터 롱런 중인 컴필레이션 뮤지컬 <폐경기>(Menopause)와 크게 비교되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팝송을 모아 만든 뮤지컬로 역시 작품 중에 네 명의 중년 여성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아이 러브 유>와 같은 코믹 레뷔다. <우리 아직 뜨거워요!>는 대본·작사·작곡·연출·배우까지 모두 중년 여성들로 구성되어 35년 만의 기념공연이라는 극중 극 형식을 도입하긴 했으나 뉴욕 극장가의 가장 큰 관객층인 중년여성들의 꿈과 환상을 채워주는 데는 실패했다. 자식들은 떠나가고 남편과의 애정도 식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중년여성들의 자괴감을 너무 직접적으로 담은 것이 큰 실패의 요인인 것이다. 연극이라면 몰라도 브로드웨이의 가장 큰 관객층인 중년의 여성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바라는 것은 여전히 두 시간여의 꿈과 환상임을 이 작품의 실패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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