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일 오전 고인의 영결식장에서 배우 문근영씨가 낭독할 조사를 미리 받아 싣습니다. 편집자 아름다운 사람, 고 이은주를 떠나보내며… 천상에서 피어야 할 꽃이 진흙투성이 세상에 내려왔건만
온 마음을 다해 세상 사람들에게 삶과 사랑, 웃음과 눈물의 의미를 전하였더니
그 모습이 어여쁘고 가엾었던 신께서 이제 되었다, 하시었나 봅니다. 불꽃 같았던 열정을 거두고 그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한결 같았음을 기억합니다.
늘 겸손하게 세상을 대했고, 따뜻했으며, 성실했고, 아름다웠습니다.
많은 말보다 진실한 말을 하려 애썼고, 원망 아닌 인내를 택했던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맑고 투명한 심성이 빛이 되고 향기가 되어
그녀가 남긴 작품들에 스며 있음을 깨닫습니다. 10년 간 남긴 아홉편의 작품들…
신기루같은 작품 속 인물들에게 자신의 삶으로 생명을 불어넣었던 사람이기에,
그녀는 떠났지만, 그 분신들을 통해 우리는 그녀를 거듭 만날 수 있습니다. 가녀린듯 힘 있고,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고 싶어했던 마음,
진심 어린 맑은 눈빛, 차분한 목소리와 고아한 몸짓…
언제나 마음과 영혼을 바쳐 푹 빠져들곤 했던 빛의 세계 속에서
웃고 울고 꿈꾸었던 그녀는 진정한 영화의 연인이었습니다. 함께 꿈 꾸었던 모든 이들에게 신실한 친구이며 든든한 동지였던 사람.
당신이 품었을 환희와 상처, 고뇌와 희열의 순간을
어찌 감히 모두 헤아린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배우이자 영화인으로서 품었던 당신의 열정과 진정한 마음만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후에 나누고 싶었던 많은 이야기들은 아직 시작도 못했건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무심히도 짧았음이 새삼 아프고 또 아픕니다.
이 아픈 이별 앞에서 무슨 말로 당신을 위로할 수 있으며,
또한 남겨진 우리를 위로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우리의 가눌 길 없는 슬픔이 가시는 걸음에 짐이 되어선 안 되겠기에,
지금은 잠시 접어두려 합니다. 이곳의 무겁고 아팠던 모든 것들은 훌훌 벗어버리시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가십시오.
하나님의 보살핌 속에서 부디 평안하고 행복하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2005년 2월 24일
함께 꿈꾸었던 이들의 마음을 모아… 문근영 드림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