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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 관객 환불소동 |
정동 팝콘하우스에서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23일 계약서 문제로 주연 배우와 마찰을 빚다 공연을 취소해 관객이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에 따라 제작사와 배우의 소속사 양측이 계약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등법정 대응까지 검토하고 나서는 등 사태가 길어질 전망이다.
△사건 경과 = 공연 전까지 제작사와 남자 주연배우인 김법래 씨의 소속사 액트원이 계약서상 출연료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던 것이 발단이 됐다.
제작사 대중의 조민 대표는 "액트원이 미지급한 출연료를 요구하며 지급이 안될경우 공연에 설 수 없다고 통보했다"며 "설마했는데 정말 무대에 서지 않아 어쩔 수없이 공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연을 보러 온 800여 명의 관객은 제작사 측의 해명을 요구하며 3시간 넘도록 기다렸고,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전액 환불을 약속받고 돌아갔다.
제작사는 유료 관객에게는 입장권 금액의 110%를 환불하고, 초대 관객은 다음공연의 초대권을 다시 주기로 했다.
조 대표는 "계약서상 출연료는 선금, 중도금, 잔금 등 세 차례로 나눠 주기로돼 있었고, 잔금 지급일이 25일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잔금 지급을 미리 요구하며 공연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연 펑크라는 사태까지 벌어져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된 만큼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소속사 액트원 측의 설명은 다르다.
액트원 최상국 홍보기획팀장은 "제작사 대중이 관객을 볼모로 배우와 무계약한상태에서 공연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액트원에 따르면 계약서상 김씨의 출연은 이미 지난 4일로 끝이 났다는 것.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넉 달 일정으로 공연 중이며, 김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작성한 계약서에 출연횟수 '45회 이하'로 명시해 지난 4일자로 이미 45회를 채웠다는 것이다.
최 홍보기획팀장은 "지난 4일 이후의 공연에 대해서는 서로 구두계약을 했을 뿐"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정식 계약서를 쓰자는 것이었고, 추가 공연에 들어가기 전까지 출연료를 받기로 약속했으나 제작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객을 볼모로 배우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관행처럼 돼 있다"며 "이런 관행은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뮤지컬 공연 산업에 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작사-배우간 계약 투명해져야 = 이번 일을 계기로 뮤지컬 제작사와 배우들간 계약 관행상의 불합리한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제작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일부 회사들의 경우 배우와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은 채 구두로만 출연을 의뢰하고, 출연료 지급도 제때 하지 않는 등 문제를 종종 빚어온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국내 뮤지컬 시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 역시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칼럼니스트)는 "과거엔 주먹구구식의 공연 운영으로 파행을 빚는 경우도 많았지만 뮤지컬이 산업화하는 단계에서 이런 식으론 힘들다"며 "체계적이고 투명한 공연계약 관행이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뮤지컬 제작 환경이 어려웠을 땐 배우와제작사가 서로의 형편을 이해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며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관객을 볼모로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액트원이라는 회사는 국내 뮤지컬 공연계의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지난해말 거의 국내 최초로 세워진 뮤지컬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다.
이 같은 전문 회사들의 등장으로 뮤지컬 제작사와 배우 간 마찰도 향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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