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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20:54 수정 : 2005.02.24 20:54

문장의 각 낱말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낱말이란 “뜻과 기능을 지닌 말의 최소 단위”인데, 예컨대 ‘물 먹다’는 낱말이 아니지만 ‘물먹다’는 하나의 낱말로 친다. 이 ‘물먹다’는 ‘물’과 ‘먹다’가 합쳐서 마시는 ‘물’이나 음식을 먹는 행위 ‘먹다’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뜻으로 쓰인다. 이처럼 붙여 썼을 때 말뜻이 달라지면 붙여 써서 하나의 낱말로 취급한다. ‘물먹다’는 “챙겨야 할 것을 놓치다, 소외당하다, 낭패를 보다, 자리·지위에서 밀려나다, 어떤 영향을 받다, 미역국을 먹다” 들의 뜻으로 다소 속되게 쓰는 말이다.

‘물고문’이란 말이 있듯, ‘물’이 자원이기도 하지만, ‘고문·침묵·불’과 관련이 많은데, 고문에 해당하는 토박이말로 ‘밥’이 있다. “불다·토설하다·자백하다”가 이 ‘밥’의 결과다. 애먼 이를 잡아다 ‘밥을 내는’ 것은 예부터 있던 일인데, 밥·고문이 지나쳐 사람이 까무러치기라도 하면 물을 뿌려 정신이 돌아오게 한다.

“이 빨갱이놈의 정신개조에는 말이 필요 없다며 다짜고짜 뭉둥이질부터 시작했다. 혼절하면 다시 나빗물을 끼얹고 매타작을 놓았다.” “고문으로 나를 아주 죽여라! 외침조차 기가 빠져 혼절해 버리면 윤 계장 등 고문관들은 나빗물을 끼얹곤 … 조작한 각본에 꿰맞추려 강도 높은 신문을 계속했다.”(김원일의 소설 ‘푸른혼’에서)

이 ‘나비물’은 여름날 뙤약볕 마당이나 먼지를 재울 때도 쓰이고, 빠르게 퍼지는 소문에 비유하기도 한다.

“침묵이 나비물처럼 사방에 뿌려지고 툭, 조용해집니다.”(함민복, ‘천만결 물살에도 배 그림자 지워지지 않는다’에서)

바가지 따위로 옆으로 퍼지게 쫙 끼얹는 물이 ‘나비물’이다. 사전들에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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