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6 18:36
수정 : 2005.01.06 18:36
“장관직서 멀어지려 장발”
“머리카락이 길어질수록 빨리 장관직에서 멀어질 것 같아 길렀습니다.”
지난 5일 오후 파리 에펠탑 근처 샤요궁 극장,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자신의 더부룩한 머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해 3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 자리는 지난 반세기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50편을 하루 2~3편씩 다음달 26일까지 장기상영하는 ‘50편으로 만난 한국 영화 50년’ 영화제의 개막행사였다. ‘외도’ 끝에 지난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이 전 장관은 자신이 감독한 <초록물고기>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행사에 초청 받았다. <초록 물고기>의 프랑스 상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공동주관한 이 행사는 1994년 퐁피두센터에서 한국영화 회고전이 열린 이래 프랑스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한국 영화제다. 이 감독은 한국 영화가 프랑스에서 관심을 모으는 요인으로 “사춘기의 젊은 힘이 내뿜는 열정과 에너지”를 들었다. 그는 또 “한국 영화가 프랑스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 보다는 프랑스 관객을 꾸준히 만나면서 우리 영화를 정말 이해하고 사랑하는 관객층을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피아골>(감독 이강천)부터 <자유부인>(한형모), <오발탄>(유현목), <삼포 가는 길>(이만희), <남부군>(정지용), <강원도의 힘>(홍상수), <살인의 추억>(봉준호) 등이 관객을 만나게 된다. <르 몽드>는 “선정된 작품들은 역사적 우화, 전쟁, 공포, 탐정, 비극, 희극에 이르기까지 성향이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1953년 이래 두동강난 채 살아온 나라의 상처를 드러내는 결별에 대한 강박관념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자국 영화를 보호하는 한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 영화는 질이 뛰어나면서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어 놀랍다고 호평했다.파리/연합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