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법은 ‘공문서 쓰는 벼리’만 추린 한마디짜리 법률이었다.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가 그것이다. 이 한줄짜리가 오늘과 같은 국어 발전을 이룬 큰 벼리였음을 새겨둘 일이다.
새로 나온 ‘국어법’은 나라와 국민 두루 우리말글 사용의 긍지와 의무를 되짚고, 재외동포·외국인을 싸안아 국어생활의 편의와 혜택을 두루 누리도록 규정하여 이름과 실제를 아울렀다. 대체로 관련 부처와 기관, 민간에서 두루 행하고 있는 것을 법으로 가다듬은 것이긴 해도 그 오롯한 바탕뜻이 깎이는 것은 아니리라. 이를 위해 애쓴 이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길은, 뼈대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여 말글문화 꽃을 피우고, 후손에 잇는 일말고 뭐겠는가.
경계할 점은, 법이 있어야 그에 맞춰 움직이고 일하는 공직자들의 자세가 그렇고, 관료 위주로 법을 집행함으로써 다수 민간단체나 개인의 연구활동이 수동적으로 이끌릴 걱정들이다. 당국은 벼리·바탕 가다듬기에도 바쁠 터이니, 여남은 일은 민간에 맡겨 연구·활동을 북돋는 일에 힘쓰면 좋겠다.
우리가 법 없어도 살아갈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은 불행이다. 영어 바람이 도를 넘은 지 오래고, 주변의 중·일 바람마저 만만찮게 부는 터다. ‘기본법’ 조항들이 의무·권장·진흥에 치우치고 규제·벌칙이 없는 게 빈틈이다. 그게 없으면 힘이 따르지 않으니까. 실제적이고 까다로운 규정들은 시행령(대통령령)으로 미뤘는데, 그쪽에서나마 제대로 깁고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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