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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8 18:04 수정 : 2005.02.28 18:04

분단 60년에 처음으로 남북이 함께 〈겨레말 큰사전〉을 편찬하기로 하여 지난 20일 남북 공동 편찬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멀다.

사전을 편찬하려면 먼저 어떤 말을 얼마나 거두어 어떻게 엮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전의 성격, 편찬 원칙, 실행 방법 등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는 일이다. 편찬 실무는 크게 세 과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전에 올릴 말의 수집, 편찬 지침에 따른 원고 작성, 끝으로 총체적인 교정·교열로 마감하는 일이다. 겨레말 큰사전 편찬은 이보다 더 면밀한 계획을 남북이 의논하고 세워 진행하리라 믿는다. 남북 사전들의 비교·검토, 그동안 거두지 못한 겨레말 자료 모으기, 달라진 남북 말글 규정 통일 등 많은 선행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편찬 실무를 한 곳, 한 일터에서 함께 해 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남북 합의로 정할 지침에 따라 저마다 진행하고, 결과물을 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교환·검토·수합해 가야 할 것이다. 그런 불편과 비능률적인 여건을 타개할 수는 없을까?

겨레말 큰사전 편찬은 반쪽의 겨레말을 옹근 하나의 큰 겨레말로 발전시킬 터전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사업에 남북 두루 여러 일꾼들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분단 60년을 뛰어넘는 일이어서 많은 토론과 논쟁도 있겠으나 늘 합리를 좇는 차분한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편찬 사업을 성원하는 이들은 수량적 실적으로만 다그치지 말고, 알찬 성과를 차근차근 쌓아 가도록 밀어주고 격려해 주면 좋겠다. 분단 세월 만큼이나 편찬 일꾼들이 지고 갈 짐이 무겁기에 말이다.

조재수/사전편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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