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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1 17:02 수정 : 2005.03.01 17:02



비치 보이스 음악으로 만족하라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름이면 꼭 한 번은 듣게 되는 노래가 바로 비치 보이스의 ‘설핀 유에스에이’다. 그 비치 보이스의 노래를 모아 만든 컴필레이션 뮤지컬인 <유익한 떨림>(Good Vibrations)은, 이전의 메가 히트작이며 현재까지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바의 <맘마미아!>와 빌리 조엘의 <무빈 아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맘마미아!>는 뉴욕 비평가들의 외면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중년여성들의 사랑을 다루어 흥행에 성공했고, <무빈 아웃>은 트라이아웃 공연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완전히 뜯어고침으로써 ‘브로드웨이 발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롱런 중이다.

그런데 <유익한 떨림>은 프리뷰를 연장해가며 쇼 닥터를 투입했지만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이 뮤지컬과 동명의 앨범인 <굿 바이브레이션스>에서 대부분의 노래를 가져오면서 그 노래의 등장인물들인 캐롤라인, 론다 등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플롯에 끼워맞춘 작가 리차드 드레서의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하다.

내용은 마치 그리스의 커버 버전같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에디는 학교의 인기남이자 허영심도 강하지만 막상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려니 차가 없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모범생 소녀 캐롤라인을 꼬셔 그녀의 차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시작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게 들통나 도착 즉시 이들은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캐롤라인이 멋지게 변신하여 나타나 해변의 여왕으로 등극하자 에디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소용이 없다. 일년 후 겨울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뉴욕에서 만난 그들은 좀 더 어른이 되었음을, 그리고 서로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존 카라파는 뮤지컬 <유린타운>으로 유명해진 안무가로, 원래의 연출가가 해고되면서 총대를 맸지만 연출은커녕 자신의 주 분야인 안무조차 문제가 있었다. ‘리프라이즈’를 포함해 ‘펀, 펀, 펀’에서부터 ‘굿 바이브레이션스’에 이르기까지 비치 보이스의 히트곡 서른 네 곡을 쉴 새도 없이 불러제치며 춤추는 가운데, 관객들은 예상범위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 안이하기까지한 안무와 단순 나열식의 연출로 자신들과는 상관도 없는 십대 철부지들의 사랑타령을 보며 오로지 비치 보이스의 음악에만 집중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존 카라파는 그 특유의 유머감각을 놓치지는 않는데, 이를테면 캐롤라인이 에디 일행과 헤어지는 장면에서 자동차 자체가 무대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다든가, 바닷가에 피워놓은 모닥불이 휙 뒤집어지며 무대 아래로 사라진다든가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애당초 “오래 전 캘리포니아라 불리기엔 좀 무리가 있는 마을의 얘깁니다” 라는 첫 대사부터가 이 작품이 졸작 대열에 들기에 무리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치 보이스의 음악 하나는 정말 발군이며, 신나게 이어지는 음악의 행렬에 환호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으니 그 맛에 컴필레이션 뮤지컬을 올리나 보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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