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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6 17:47 수정 : 2005.03.06 17:47

‘아트인패션’전에 나온 매츠 구스타브슨의 입생로랑 의상 실루엣. <보그>지에 실렸던 그림으로 단색 잉크로 형상의 농담을 조절해 마치 현대수묵화 같이 담백하고 상큼한 분위기를 주고 있다. (1988년작).



예술이 별건가요?

‘상업사진 변천사’ 전
사진관사진·결혼사진사
보편적 욕망 좇고
고추 내놓은 아기사진서
남근주의 잔영 읽어
패션일러스트 명품 소개한
‘아트인패션’ 전도

60년대 앤디 워홀이란 디자이너 출신 괴짜작가는 팝아트란 이름아래 연예인 초상, 수프깡통, 생필품 상자 따위를 고상한 전시장에 잔뜩 늘어놓았다. 이후 뜻밖에도 그가 미술사의 신화로 등극하면서 순수, 통속 문화 사이의 묵은 장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이 기묘한 격변 앞에 평론가들은 머리를 싸고 고민했는데, 아서 단토라는 이는 예술은 끝장났다고까지 선언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단토의 말은 의미만 생산하면 무엇이든 예술이 된다는 은유이기도 했으니, 80년대 이후 대중문화에서 경쟁하듯 영감을 퍼가는 현대미술의 ‘잡동사니’양상이 이를 극명하게 입증하는 셈이다.

▲ 이태섭씨가 찍은 70년대식의 패션모델 사진으로 시선을 화면 바깥으로 향하는 상투적 구도를 보여준다.
국내 미술판에서도 90년대 대안공간 등의 영상·설치물 바람에 이어 최근 2~3년 사이 주요 미술관들이 잇따라 상업사진· 패션미술 전을 열고있다. 순수·통속 예술의 경계 넘나들기는 뚜렷한 유행이 되었다.물론 이 흐름이 서구처럼 예술사에 대한 지성적 통찰의 소산인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올 봄 도두 보이는 몇몇 상업미술 기획전들은 제도미술권이 고루한 모더니즘 증후군에서 조금씩 벗어난다는 방증 같기도 하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의 ‘상업사진의 변천사’ 전(4월2일까지·02-418-1315)은 가장 성찰적인 얼개를 갖춘 상업미술전이다. 7월까지 예정된 ‘사진의 현주소를 읽는 4부 기획전’ 가운데 1부다. 기획자인 평론가 최봉림씨는 한 시대와 사회의 윤리·가치관과 다중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사진관 사진, 영화포스터·스틸 사진, 패션사진 등을 사회학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얼개를 짰다. 여기엔 지난해부터 패션, 영화포스터 등의 돈벌이 사진들이 돌연 주요 미술관에 입성한 배경에 대한 의문도 깔려있다. 출품작가는 안수영, 김진형, 이태성씨로 상업사진과 인연을 맺은 작가들이다. 안씨는 부동자세에서 서구 귀족들 파티분위기로 변해가는 결혼사진과 남근주의를 반영하는, 남자아기들의 성기 드러낸 ‘베이비 사진’ 등으로 왜곡된 한국인의 행복관 등을 드러낸다. 김씨의 영화포스터는 50년대 멜로영화부터 깡패, 협객영화, 최근 영화까지 영웅, 소시민을 오가는 남성배우들의 몸짓 등을 통해 정치권력에 대한 남성들의 행동양식 변화를 캐어보았다. 패션사진을 내건 이씨는 모델들이 화면 바깥쪽을 응시하면서 고전그림풍의 상투적 이상화 기법을 옮겨놓은 60~80년대 사진과 스냅사진처럼 자연스런 자세를 띤 90년대 사진을 대비시키고 있기도 하다.

▲ 김진형씨의 영화 포스터. 군입대 신검장에서 팬티 바람으로 거수경례하는 <바보들의 행진>의 ‘병태’캐릭터를 찍었다. 권력 앞에 옹졸한 저항, 도피를 거듭한 남성들의 잠재의식을 드러낸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아트인패션’ 전(5월8일까지·720-0067)은 흔히 패션 디자이너의 밑그림 정도로 생각하는 패션 일러스트(삽화드로잉) 걸작의 보고인 독일 잠 컬렉션 소장품 137점을 소개한다. 패션사진 등장 전인 20세기 초 디자이너의 새 옷 홍보용 삽화로 출발했다가 최근 새로운 예술장르로 각광받고 있는 패션일러스트를 1910년대부터 90년대 작업까지 모았다. 단순간결한 아르데코풍 모던의상을 그린 소니아 들로네, 앤디워홀의 실크스크린이나 페르낭 레제의 기계적 구성을 따온 로페즈의 캐주얼 패션화 등에서 패션 일러스트가 미술사조와 긴밀한 연관아래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장터냄새가 풍기지만, 상업작가 김중만씨의 연예스타 사진을 고낙범씨가 블루, 레드 톤으로 옮겨그린 가나포럼스페이스의 ‘비온 뒤, 두 모나드’전(10일까지·02-720-1020)과 장 프루베, 코르뷔지에 등 디자인 거장 5인의 실내가구 명품들을 내놓은 국제갤러리 기획전(31일까지·02-735-8449)도 상업미술의 미묘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전시들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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