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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8 16:47 수정 : 2005.03.08 16:47



[리뷰] 라보엠

사실적 무대·자연스런 연출등 감동 자아내

로돌포가 사랑하는 여인 미미의 주검 앞에서 처철한 울음을 터뜨리며 막이 내리자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환호와 박수소리가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두 연인이 가난 때문에 생이별을 해야 했던 3막부터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던 관객들의 입가에는 어느새 만족한 미소가 번졌다.

지난 3일부터 국내 첫선을 보인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존 코플리 프로덕션의 <라보엠>은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소프라노 홍혜경이 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20년 넘게 주역을 맡아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3일에 이어 6일 두번째 무대에서 섬세하고 고운 빛깔의 음색에다 고음 부분에서 더욱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이 ‘메트의 디바’가 ‘내 이름은 미미’ ‘안녕, 난 무정하지 않아요’ ‘아, 그대는 나를 기억하시나요?’ 등 주옥 같은 아리아를 들려주자 객석 곳곳에서는 “역시!”라는 찬사가 터져나왔다.

홍혜경은 빼어난 가창력 못지 않게 연기 또한 수준급이었다. “오페라 가수는 배우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그의 프로의식을 엿보게 했다.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국내외 성악가들에게 자극이 될 만하다.

시인 로돌포 역을 맡은 테너 리처드 리치도 그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 ‘오, 사랑스런 아가씨’ 등을 맑고 서정적인 미성으로 소화해내며 메트의 친숙한 파트너인 홍혜경과 능숙하게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보헤미안 기질의 젊은 예술가답게 가난하지만 낙천적이고 혈기 넘치는 연기력만을 따진다면 오히려 화가 마르첼로 역의 바리톤 노대산이 한수 위였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돋보인 것은 회색빛에 가까운 갈색 톤의 색조 아래 예술가들의 낡은 다락방의 내부, 눈 내리는 잔술집의 풍경 등을 충실하게 재현시킨 사실주의적 무대와 자연스러운 연출이었다. 밝고 화려한 기존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얼핏 낯설게 보이기 쉬운 이런 무대와 연출방식이 1974년 초연 이후 30여년 동안 고집해온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전통이다. 두 차례의 막간휴식은 대규모 무대의 전환을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극의 흐름과 감동을 끊어버릴 우려가 있다.


변덕스럽지만 매력적인 무제타 역의 황후령, 화가 마르첼로 역의 노대산, 음악가 쇼나르 역의 새뮤얼 윤, 철학자 콜리네 역의 임철민 등의 가창력과 연기력도 나무랄 데가 없었으며, 84살의 오페라 연주의 거장 줄리어스 루델의 차분한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12일까지. (02)580-13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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