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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8 17:03 수정 : 2005.03.08 17:03

“본능적 고구려·세련된 신라
다른듯 같은 한뿌리 춤사위”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적인 공연양식인 가무악을 추구해온 서울예술단이 옛 고구려인과 신라인들의 신화를 가무악으로 풀어낸 <고대의 향기>를 올해 첫 신작으로 내놓았다.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를 이 가무악 무대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신화와 제천의식, 풍속도를 그려낸 <무천>(舞天)과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신라 경덕왕 19년 때의 불교의례를 무대화한 <산화가>(散花歌) 등 두 편이 잇따라 공연된다.

고대인의 춤 복원작업
감동 전달할지 두려워

공연을 앞두고 4일 오후 서울예술단 대연습실에서 진행된 리허설에서 화려한 군무를 압도하는 서울예술단의 두 남녀 무용수가 눈에 들어왔다. <무천>에서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낳은 두 주인공인 해신 해모수 역과 달신 유화 역의 최병규(37)씨와 김현아(35)씨.

“검증자료를 통해 고대인의 춤을 복원하는 작업도 힘들었지만 그 춤사위에 선조들의 숨결어린 향기를 불어넣는 작업도 까다롭습니다. 또한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그 향기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느낄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요.”

최병규씨는 <무천>의 해모수 역과 <산화가>의 경덕왕 역을 동시에 맡았다. 그는 “해모수는 고구려의 기상과 원시적이고 정열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시발적인 사람”이라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이면서도 종족 번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신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원시적인 사명감을 지닌 인물”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에 비해 경덕왕은 신처럼 추앙받지만 백성들의 고통에 아파하다 비를 기원하기 위해 산에 올라갔던 인간적인 존재”라면서 “현대의 지도자들이 본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신화 속의 인물이 보이는 몸짓은 발굴되거나 입증되지 않는 춤입니다. 상상의 움직임이죠. 정답이 없는데다 관객들에게 예전의 김현아의 춤과는 전혀 다른 신화 속의 호흡을 전달하기가 힘들어요.”

유화 역의 김현아씨는 “예전의 작품은 인간적인 캐릭터가 많았기 때문에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이번 작품들은 신의 캐릭터이어서 ‘무감정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산화가에서도 천상의 여인 역을 맡았는데 “<무천>에서는 춤사위가 무감각한 신이었지만 <산화가>에서는 천상의 여인이 지상에 내려와 인간과 동화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연자·관객 함께 해야
가무악 참멋 살아나

이들은 고구려와 신라의 춤에 대해 “고구려는 좀더 원시적이고 본능적이어서 춤보다는 움직임에 가까운데 비해 신라는 불교예술을 많이 수용했기 때문에 춤이 세련된 맛은 있지만 기본적인 춤사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현아씨는 “공연은 행위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함께 이끌어가는 것”이라면서 “관객들이 많이 공연현장을 찾아와 출연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가무악의 참멋을 흠뻑 느껴보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93년과 94년 각각 서울예술단에 입단한 최병규씨와 김현아씨는 그동안 <고구려의 혼> <비나리> <향가> <청산별곡> 등 20여개 작품에서 남녀 주역배우로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공연은 서울예술단의 신선희 총감독이 해외무대를 겨냥해 직접 대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음악에 전인평 중앙대 국악대학장과 작곡가 김대성씨, 안무에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장, 작창 및 특별출연에 박윤초 명창 등 각 분야의 대가들이 참여했다. 특히 해금과 거문고, 25현가야금, 신디사이저, 생황, 바라, 향발 등 20여종 악기의 라이브 연주 외에 물악기 및 법고연주 등이 동래·양산학춤, 살풀이, 범패합창, 택견 등과 어우러진다. (02)523-098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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