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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8 18:28 수정 : 2005.03.08 18:28

‘실마리’를 뜻하는 한자말은 일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단서’(端緖)라고 쓰고 [단쇼]라고 읽어 왔다. 최근에 와서 중국 사람들이 획수가 많고 어려운 한자들을 간체자로 고쳐 쓰듯이 쉽게 쓰는 방법의 하나로 ‘緖’와 뜻이 상통하면서 소리가 같은 ‘初’로 바꿔서 ‘端初’라고 쓰자, 우리나라에서 일본 신문·잡지를 읽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단서’를 [단초]로 바꿔 기사에 써 놓으니까, 일반인들은 물론, 기자로 일생을 보낸 언론인들에게조차 생소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한 신문사의 심의실장이라는 분이 전화를 걸어 “오늘 아침 신문에 ‘단초’라는 말이 보이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 사람들은 외국에서 발명한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여서 써도 이름은 중국말로 지어서 부르는데, 이건 ‘실마리’라는 손색 없는 토박이말이 있을 뿐 아니라, ‘단서’(端緖)라는 한자말도 있는데, 그것을 젖혀놓고 일본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쓰는 것을 흉내내서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지식인들의 의식수준이 한심스럽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그보다 한술 더 뜬다. 단초(端初)를 올림말로 실어 놓고는 ‘〓실마리’라 하고, 보기로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다./ 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본 것이 ㉡단초가 되어 그는 대금 만들기의 외길에 들어섰다”고 친절히 보여준다. 어느 나라 말에나 같은 뜻의 말들이 많지만, 그것들이 특정한 언어환경에 모두 똑같이 적합한 것은 아니므로 그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 쓰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위에 든 보기월에서 ㉠은 ‘실마리’나 ‘단서’로, ㉡은 ‘계기’로 바꿔써야 옳다.

이수열/국어순화운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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