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0 20:02
수정 : 2005.03.10 20:02
“편견 버리고 있는 그대로 즐겨달라”
“가부키는 일본인의 전통예술이지만 세계 속으로 파고 들어가 모든 사람들이 이해를 받을 수 있는 공연입니다. 일본 예술이나 가부키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편하게 즐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후지산과 스시, 기모노, 스모와 함께 일본이 자랑하는 5대 국가 상징물의 하나인 일본전통 공연물 가부키의 ‘인간국보’로 존경받는 나카무라 간지로(73·극단 치카마쓰좌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10일 남산 국립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국립극장(극장장 김명곤)이 ‘2005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오는 4월1일부터 3일까지 사흘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일본 제작사 쇼치쿠 다이가부키와 가부키 극단 치카마쓰좌 공동제작의 가부키 〈소네자키 신주〉에 출연한다.
그는 1994년 아버지인 ‘제2대 나카무라 간지로’에 이어 가부키 부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이번 한국 무대에 함께 서는 그의 아들 나카무라 칸자쿠(46) 또한 그와 25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터라 이른바 3대째 가부키 집안인 셈이다.
“젊었을 때는 가부키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한 평론가로부터 조언을 듣고 크게 느껴 가부키를 선택했지요. 그 뒤로는 한번도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1941년에 ‘나카무라 센자쿠’라는 이름으로 첫 가부키 무대에 오른 그는 21살 때인 1953년 신바시엔부조 가부키 극장에 올려진 우노 노부오 각색·연출의 〈소네자키 신주〉에서 그의 아버지가 남자 주인공 도쿠베 역을, 그가 여자 주인공 오하쓰 역을 각각 맡아 가부키붐을 일으켰다. 특히 1980년에는 아버지인 제2대 나카무라 간지로가 병환에 들자 대학에 다니던 그의 아들 나카무라 칸자쿠가 도쿠베 역을 맡아 3대가 극중 연인으로 맺어지는 기이한 인연도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소네자키 신주〉를 공연을 하면서 1200회를 넘게 온나가타(여자 역) 한 역만을 맡았습니다. 이번 한국 공연이 끝나면 기네스북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73살의 노령에도 검버섯 하나 없는 희고 깨끗한 피부를 자랑했으며, 몸짓이나 손짓 하나 하나에도 우아함이 배여나왔다.
〈소네자키 신주〉는 1703년 4월 오사카의 소네자키 숲에서 일어난 남녀 동반자살 사건을 기초로 일본의 대표적인 극작가 치카마쓰 몬자에몬이 각색해 그해 인형조루리(분라쿠)로 공연했으며 1719년에 가부키로 올려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소네자키 신주〉는 제3대 나카무라 간지로가 창단한 극단 ‘치카마쓰좌’의 작품으로 런던과 모스크바, 베이징 등의 세계 유명극장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다.
가부키는 1603년경에 오쿠니라는 한 무녀의 춤에서 비롯된 일본의 서민 취향의 종합예술이다. (02)2280-4115~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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