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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0 20:02 수정 : 2005.03.10 20:02

거룩한 일은 드물다. 드물므로 거룩하기도 하다. 그 고갱이는 ‘살림’일 터인데, 대체로 ‘갸륵함’이 모여서 ‘거룩함’이 된다. 하늘과 자연이 곁들이기도 하지만, 주로 사람이 이루는 일이다.

이 ‘거룩·갸륵’을 만드는 말로 ‘믿다·모시다·섬기다·받들다·돌보다·보살피다·바치다·도우다·살리다·위하다 …’가 있다. 두루 쉽게 행하기 어려운 일이면서 지극히 오래된 낯익은 말들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 씀씀이조차 점차 인색해져 간다.

토박이말에 개념어·관념어가 적다고 하는데, 말을 만들어 담아내려는 노력이 덜한 탓이 크다. 이는 애를 태우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들에 ‘-ㅁ·-음·-기’를 붙여 울타리와 사립문을 둔 ‘명사’로 만들어 써 보자. 쓰임 따라 울타리를 내어 두르거나 들여 막기도 해야 할 터이다. 그 울의 너비와 깊이, 경계가 곧 생각이자 관념의 집을 이룬다. 이로써 ‘믿음·모심·섬김·받듦·돌봄·살핌·바침·도움·살림·위함 …, 믿기·모시기·섬기기 …’들이 나오는데, ‘ㅁ·음’이 추상적인 뜻·분별을 주로 담아내는 ‘이름꼴’이라면, ‘기’는 그보다 움직임을 강조하는 구실을 한다. 여기서 ‘기’보다 ‘ㅁ·음’이 동사·형용사에 붙어 추상적인 개념어를 꽤 생산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모심·섬김, …’ 들이 대체로 ‘하늘·어른’처럼 위엣것과 어울리는 듯하지만, 기실 위아래 없이 사람·짐승·푸나무들을 다루는 데서도 써 온 말이다. 우선은 사람 살릴 말이 이들말고 딴데 있을 성싶지 않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돈·물신을 받들며, 외따로 즐거움과 편함을 쫓는 것을 본다. 모시거나 돕기를 게을리하면서 잘살기를 외워 그 열매가 ‘쭉정이’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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