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말을 찾자니 힘도 부치고 자료도 적고 시간도 없으니 구름을 움켜쥐는 격이다. 뜻도 소리도 다른데도 우리말을 한자말이라고 우기는 이들이 있다. 아까운 정력과 슬기와 자료를 궁굴려서 없어진 우리말을 찾아내는 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손자’의 ‘우리말’을 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문화일반 |
손자 |
영어로 ‘파더’(father)가 우리말로 ‘아버지’고, ‘그랜드파더’가 ‘할아버지’이니까, ‘그레이트 그랜드파터’가 ‘한할어버지, ‘그레이트 그레이트 그랜드파더’가 ‘한한할아버지’라면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또 영어로 ‘산’(son)이 우리말로 ‘아들’이면 ‘그랜드산’은 ‘할아들’ ‘그레이트 그랜드산’은 ‘한할아들’ ‘그레이트 그레이트 그랜드산’은 ‘한한할아들’이라야 아귀가 맞는다.
영어에서는 이론대로 되어 있다. 우리말에서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다.
<번역소학>(1518)에 증조모를 ‘한할마님’이라고 한 말이 있는 것이다. ‘한할마님’은 ‘한할머니’의 옛높임말이다. 그런데 ‘한할머니’가 한자말 ‘증조모’에 밀려 없어져 버렸다.
이와 같이, 우리말에서는 ‘한할아버지’ ‘한한할아버지’가 한자말 ‘증조부, 고조부’에 밀려 없어져 버렸다.
또, ‘할아들, 한할아들, 한한할아들’이었음직한 말들이 ‘손자, 증손자, 현손’ 들에 밀려서 없어져 버렸다.
영어식과 같지는 않더라도 무엇인가 우리말로 나타낸 말이 있었을 터인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조카를 ‘아찬아들’이라 하고, ‘조카딸’을 ‘아찬딸’이라고 한 것을 보면, ‘손자’도 ‘아들’ 앞에 ‘한’이 아니라도 무엇인가 ‘아찬’과 같은 유형의 말조각을 붙여서 나타낼 수도 있었을 것 아닌가.
없어진 말을 찾자니 힘도 부치고 자료도 적고 시간도 없으니 구름을 움켜쥐는 격이다. 뜻도 소리도 다른데도 우리말을 한자말이라고 우기는 이들이 있다. 아까운 정력과 슬기와 자료를 궁굴려서 없어진 우리말을 찾아내는 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손자’의 ‘우리말’을 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없어진 말을 찾자니 힘도 부치고 자료도 적고 시간도 없으니 구름을 움켜쥐는 격이다. 뜻도 소리도 다른데도 우리말을 한자말이라고 우기는 이들이 있다. 아까운 정력과 슬기와 자료를 궁굴려서 없어진 우리말을 찾아내는 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손자’의 ‘우리말’을 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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