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말은 변한다 |
말을 깨치기 시작한 네댓 살 어린이들이 밖에 나가 또래 아이들을 만나면 서로 맨 먼저 묻는 말이 “너 몇 살이야?”다. 대학생이나 그보다 나이가 들어도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만나면 먼저 묻는 게 나이다. 나이를 직접 묻기가 껄끄러우니 띠를 묻거나 아니면 학번을 묻는다. 외국에서도 또래 사람들이 만나면 반가워하며 이름보다 먼저 묻는 것이 상대의 나이다. 한국 사람이 특별히 남의 나이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말의 높낮이를 결정하기 위해 서로 나이를 아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런 습관이 생겼다.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농경민으로 살아왔고 또 같은 성씨가 모여 사는 마을도 많았으니 서열 따라 위아래 구분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말이 ‘존대, 하오, 하게, 해라’로 구분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산업사회에서는 서로 낯선 사람들이 한직장에서 만나 같이 일을 한다. 군대에 다녀와서 나이가 많아진 남성이 자기보다 나이 어린 여성을 직장 선배로 만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누구라도 당연히 스트레스를 느낄 만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말의 높낮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 또 말의 삐걱거림이 원인이 되어 드물지 않게 직장인들 사이에 여러 갈등도 생겨난다.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고 싶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우리말이 날개를 달아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말은 사회적 약속이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도이치 말도 18세기와 19세기에는 아비가 자식보고 ‘Du(너)’, 자식은 아비보고 ‘Sie(당신)’ 하는 식으로 구별이 있던 것이 시대가 변하면서 오늘날처럼 대등한 형태로 바뀌었다.
안인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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