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사는게 가장 행복한 삶
범상치 않은 ‘캉디드의 속삭임’ 뉴욕시티 오페라에서 뮤지컬 〈캉디드〉가 상연되고 있다. 본래 이 작품은 레너드 번스타인이 브로드웨이에서 발표한 세번째 뮤지컬로 1956년 마틴 벡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결과는 엄청난 참패였다. 이듬해 막을 올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메가톤급 성공도 〈캉디드〉의 실패로 인한 번스타인의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었다. 계몽시대의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유명한 풍자소설 〈캉디드〉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앞서 만든 히트작들인 〈온 더 타운〉과 〈원더풀 타운〉과 매우 달랐다. 가볍고 발랄한 코미디에 산뜻한 재즈 스타일 음악의 전작들과는 달리 〈캉디드〉는 매우 클래시컬하고 무게감 있는 선율로 작곡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원작마저 볼테르의 〈캉디드〉이고 보니 음악도 대본도 지나치게 지적이라 번스타인이 자기 만족만을 위해 만들었냐는 악담까지 들어야 했다. 번스타인은 다시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연출가 해럴드 프린스는 기본적으로 매우 우아하며 번스타인다운 유머감각을 듬뿍 지닌 선율과 인생에 대한 관조가 있는 이 작품에 애정을 품고 재공연을 위해 번스타인을 설득했다. 지루했던 오리지널 대본은 휴 휠러가 가담하여 깜짝 놀랄 만치 코믹하되 지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도록 뜯어고쳤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가사를 썼던 작곡·작사가 스티븐 손드하임과 번스타인이 함께 가사도 전체적으로 손봤다. 해럴드 프린스는 손드하임과 함께 줄곧 시도해 왔던 ‘콘셉트 뮤지컬’의 개념을 캉디드에 도입해 무대 한가운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나무 연단을 설치하고 무대 전면에는 ‘볼테르 박사의 연구실’이라고 써 붙인 뒤, 화자로서 볼테르 그 자신을 내세워 볼테르 그 자신이 자유자재로 겉옷과 가발을 바꿔 써가며 라이프치히를 풍자한 팡글로스 박사는 물론 목 매달려 죽는 자크 등 다양한 캉디드의 주변인물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게 했다. 1974년의 이 리바이벌 공연은 큰 성공을 거두고, 이 때 해럴드 프린스가 펼쳐보인 독특한 연출 방식은 1977년 밥 파시가 연출한 뮤지컬 〈피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뉴욕시티 오페라에서 상연중인 뮤지컬 〈캉디드〉는 1982년에 해럴드 프린스가 제작 규모를 뉴욕 스테이트 극장에 맞게 좀 더 키운 버전으로, 1990년 리바이벌된 후 15년 만의 재공연이다. 낙천주의자로 교육받은 주인공 캉디드의 이상향은 아름다운 여인 퀴네공드다. 하지만 퀴네공드를 사랑한 죄로 성에서 쫓겨나 참혹한 인생의 진실을 맛보고 살인까지 경험하며 살아남은 캉디드가 애타게 그리는 퀴네공드는 실상, 살아남기 위해 고급 창녀가 되는, 결코 이상향일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이 마침내 손을 잡고 그들의 이상향을 발견하는 곳은 황금의 엘도라도가 아니라 그들이 태어난 고향, 밭을 갈고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눈을 뜨는 농원이다. 번스타인과 해럴드 프린스, 스티븐 손드하임 등 결코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평범한 관객들에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이다”라고 속삭여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렇게 속삭이는 그들의 삶이 어떠하든.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