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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17:40 수정 : 2005.03.17 17:40

뉴욕의 지하를 헤매는 것들

지하철은 일과 속에 헝클어진 현대인의 삶이 요동치는 공간이다. 미국의 저명 다큐사진가이자 사진가 그룹 ‘매그넘’ 회원인 브루스 데이비드슨(72)의 지하철 연작사진들은 그래서 이미지가 단순하지 않다. 난폭하거나 무기력하고, 권태와 피로에 절어있는 도시의 인간군상들과 그들이 열차의 금속성 공간에서 빚어내는 다기한 사건, 장면들이 피사체가 된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손잡이 기둥을 꽉 쥔 승객의 주먹들, 플랫폼 위에 앉은 불량배, 경찰이 소매치기 용의자에게 총구를 들이댄 장면들은 아름답고도 비정하며 심오한 듯하다가도 획일적 풍경으로 눈에 꽂히곤 한다.

사진애호가들에게 <브루클린 갱>과 할렘가 빈민 연작 등 뉴욕 일상작업으로 이름난 그의 지하철 연작 30점이 서울 청담동 갤러리 뤼미에르에 내걸렸다. 출품작들은 80년 지하철 작업을 시작한 이래 20여 년간 600마일 이상 지하철을 타고다니며 찍은 현장성 강한 사진들이다. 뉴욕 사람들의 팍팍한 지하철 인생을 드러내는 것들이 주종이지만, 플랫폼에서 서로 고개 돌린 채 출판물을 읽는 여성들(사진), 열차와 열차 사이 체인 위에 앙증맞게 앉은 청바지 소녀의 모습 등에서는 애잔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도시적 낭만이 살짝 비쳐지곤 한다. 세상 안의 또다른 세상이라고 지하철을 정의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하철 안에서는 아름다운 것이 추잡해지고 추잡한 것이 아름다워진다…지하철 금속 표면에 나란히 앉은 승객들의 몸체, 심지어 깊은 어둠 그 자체만으로도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5월10일까지. (02)517-2134.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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