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7 20:34
수정 : 2005.03.17 20:34
“청중에 다가가는 현대음악 추구해요”
“큰 국제음악제에 뜻밖에 ‘상주 작곡가’로 초청받아 너무 기쁩니다. 특히 평소 존경하는 고 윤이상 선생님이 태어난 곳에서 고인의 10주년을 추모하는 뜻깊은 음악제여서 너무 큰 영광이고 가슴이 떨립니다.”
17일 오후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2005 통영국제음악제’ 봄시즌(3.17~22) 개막연주회에서 고 윤이상의 〈에필로그〉와 함께 창작음악 〈칼라〉를 아시아에서 초연한 작곡가 진은숙(44)씨는 “한국에서 저의 작품이 연주된 일이 거의 없는데 3곡이나 연주하게 돼 저로써는 매우 중요한 무대”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04년 ‘음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거머쥐었고, 이달 초엔 ‘쇤베르크상’을 받는 등 윤이상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그를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인’으로 지목했다.
“저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었어요. 현대음악이지만 더욱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려고 해요.”
그는 한국 청중들이 현대음악을 어렵게 여기는 까닭에 대해 “주로 독일어권의 난해한 음악만을 접했기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가지기 쉽다”면서 “현대음악 가운데도 흥미로운 다양한 작품들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별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에서 강석희 교수를 사사한 뒤 85년 독일로 유학해 88년까지 함부르크에서 헝가리 출신 지외르지 리게티에게서 작곡을 배웠으며 그 후 베를린공과대학의 전자음악 스튜디오에서 작곡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년째 독일에 거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독일이 예술하는 이들에게는 바탕이 든든하고 정신적으로 자유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주 작곡가로 임명된 그는 내년 로스엔젤레스 오페라단에 의해 초연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2011년 초연될 〈거울 뒤의 엘리스〉 등 2개의 오페라곡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 출신 피아니스트인 남편 마리스 고도니와 아들 리윤(4)과 함께 3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그는 25일 오후 4시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렉쳐무대 ‘작곡가 진은숙의 음악세계’에서 그의 대표작인 〈말의 유희〉를 비롯해 〈더블 콘체르토〉 〈씨〉, 〈판타지〉, 〈기계적 환상곡〉 등으로 클래식 팬들과 만난다.
통영/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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