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랑’이라는 말이 그렇게만 쓰인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던 것이다.
‘사랑’의 옛말 ‘ㅅ.랑’이 쓰인 자취를 더듬어 보자. ‘생각’이란 뜻으로는
“어즈러운 ㅅ.랑(亂思):<능엄경언해>
ㅅ.랑이 그츠리라(思斷):<원각경언해>
ㅅ.랑컨댄(思惟):<능엄경언해>”
들처럼 쓰였고, ‘사랑’이란 뜻으로는
“ㅅ.랑을 ㅁ.ㅣ잣던(結愛):<두시언해>
ㅈ.ㅣ조ㄹ.ㄹ ㅅ.랑ㅎ.놋다(愛才):<두시언해>
뉘 아니 ㅅ.랑ㅎ.△.ㅸ.리(孰不思懷):<용비어천가>”
들처럼 쓰였다.
‘思’나 ‘愛’ 따위로 뜻옮김은 했을망정, ‘ㅅ.랑’을 우리말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랑’도 한자말이라고 우긴다. 그 터무니로, ‘생각’으로 쓰인
“밥 먹고져 ㅎ.야 ㅅ.랑ㅎ.리라(思量飯喫):<번역노걸대>(1517)”
의 ‘思量’을 내세웠다.(이런 경우 ‘누구’라고 밝히는 건 도리가 아니다.)
‘사량’이 ‘사랑’으로 바뀌고, ‘생각’도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럴싸하다. 그러나 그럴 필요도 없다.
중국 문헌에 ‘思郞’이나 ‘思娘’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또 그 ‘思郞, 思娘’이 우리말 ‘사랑’의 말밑이라고 우길 것이 틀림없다.
다시 생각해 보자. 중국에 ‘思量, 思郞, 思娘’이 있거나 말거나, 우리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우리말이 아니고 한자말이라고 할까봐 미리 막아 둔다.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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