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톤의 한강 담담히 응시 수도 서울을 끼고 흐르는 젖줄 한강은 이 시대 한국인의 삶과 어떻게 만나는가. 미술잡지 기자이자 다큐사진가인 박홍순씨가 지난 5년여 동안 땀 깨나 흘리며 북한강, 남한강 강가를 누볐던 촬영여정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한 고행이었다. 예상대로 교통편의와 자원개발을 빙자한 기념비적 토목공사, 관광·향락시설 등이 남긴 생채기는 강줄기 도처에 깊었다. 그러나 이 시대 또다른 자연으로 군림하는 문명의 흔적들을 진짜 자연과 외따로 나누어 굳이 앵글에 부각시키기는 정말 싫었던 게 그의 속셈이었다. 서울 인사동 노암갤러리에 마련된 박씨의 사진전 ‘한강’의 출품작들은 30대 사진가의 장인의식이 회화적 느낌으로 풀려나오는 한강변 흑백연작들이다. 2층의 대작, 3층 소품들로 구분된 연작들은 영월·정선의 동강과 화천 파로호 등의 상류에서 서울 광장동 기슭과, 북한 마을이 보이는 김포 애기봉 하류까지 인간의 흔적과 아름다운 대자연들을 함께 담고서 흘러간다. 거장 안셀 아담스의 장대한 자연풍경사진에 심취한 작가는 강가 도처에 우울한 기념비처럼 선 다릿발, 충주 도담삼봉을 초라하게 만든 강변 유원지, 빙어잡이 이벤트가 벌어지는 소양호 휴게소의 기묘한 천막풍경 따위를 파노라마식 스케일로 담담히 응시할 뿐이다. 안정감 뚜렷한 흑백톤 대조 속에 인화시킨 연작들은 양구 평화의 댐 공사장 계곡을 찍은 사진에서 득의의 경지에 이른다. 댐 계곡의 그윽한 회화적 깊이감과 바퀴자욱 난무하는 강바닥, 웅덩이의 풍부한 세부 등은 고발성 사진으로는 추구할 수 없는 회화적 감동을 낳는다. 이번 전시는 ‘대동여지도 프로젝트’라는 제목 아래 99년 백두대간 연작으로 시작한 국토 탐방 사진작업의 2번째 결과물이다. 31일까지. (02)720-223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문화일반 |
박홍순 사진전 ‘한강’ |
흑백톤의 한강 담담히 응시 수도 서울을 끼고 흐르는 젖줄 한강은 이 시대 한국인의 삶과 어떻게 만나는가. 미술잡지 기자이자 다큐사진가인 박홍순씨가 지난 5년여 동안 땀 깨나 흘리며 북한강, 남한강 강가를 누볐던 촬영여정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한 고행이었다. 예상대로 교통편의와 자원개발을 빙자한 기념비적 토목공사, 관광·향락시설 등이 남긴 생채기는 강줄기 도처에 깊었다. 그러나 이 시대 또다른 자연으로 군림하는 문명의 흔적들을 진짜 자연과 외따로 나누어 굳이 앵글에 부각시키기는 정말 싫었던 게 그의 속셈이었다. 서울 인사동 노암갤러리에 마련된 박씨의 사진전 ‘한강’의 출품작들은 30대 사진가의 장인의식이 회화적 느낌으로 풀려나오는 한강변 흑백연작들이다. 2층의 대작, 3층 소품들로 구분된 연작들은 영월·정선의 동강과 화천 파로호 등의 상류에서 서울 광장동 기슭과, 북한 마을이 보이는 김포 애기봉 하류까지 인간의 흔적과 아름다운 대자연들을 함께 담고서 흘러간다. 거장 안셀 아담스의 장대한 자연풍경사진에 심취한 작가는 강가 도처에 우울한 기념비처럼 선 다릿발, 충주 도담삼봉을 초라하게 만든 강변 유원지, 빙어잡이 이벤트가 벌어지는 소양호 휴게소의 기묘한 천막풍경 따위를 파노라마식 스케일로 담담히 응시할 뿐이다. 안정감 뚜렷한 흑백톤 대조 속에 인화시킨 연작들은 양구 평화의 댐 공사장 계곡을 찍은 사진에서 득의의 경지에 이른다. 댐 계곡의 그윽한 회화적 깊이감과 바퀴자욱 난무하는 강바닥, 웅덩이의 풍부한 세부 등은 고발성 사진으로는 추구할 수 없는 회화적 감동을 낳는다. 이번 전시는 ‘대동여지도 프로젝트’라는 제목 아래 99년 백두대간 연작으로 시작한 국토 탐방 사진작업의 2번째 결과물이다. 31일까지. (02)720-223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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