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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4 20:03 수정 : 2005.03.24 20:03

배달 생명 사상가 김지하님은 ‘모심과 살림’이란 말을 즐겨 쓴다. 자신의 도통의 한 바탕이라 할 동학의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万事知)란 주문을 ‘모심 살림 깨침’으로 우려내어 들려준다. 이 세 말은 참된 사람살이를 쉽게 뭉뚱그린 말이다. ‘모시기·살리기·깨치기’를 제대로 하면 세상이 거룩해진다. 마땅히 ‘모심학·살림학·깨침학’이 나올 법하다.

‘모심 살림 깨침’ 두루 ‘살리다, 모시다, 깨치다’에 ‘ㅁ’을 붙여 만든 말이다. ‘살다’처럼 ‘ㄹ받침’이 있는 움직씨에 ‘ㅁ’이 붙으면 대체로 ‘ㄻ’받침으로 되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삶·앎’ 정도를 빼면 다른 ‘ㄻ’받침 말은 꼴만 명사적인(이름꼴) 성격을 띤다. ‘음’은 좀더 공고한 ‘이름씨’를 만든다. 살음/삶, 놀음/놂, 울음/욺, 갈음/갊, 졸음/졺, 알음/앎, 얼음/얾 ….

‘ㅁ’으로 새끼를 친 말에 재미나는 것들이 몇몇 있다. “웃음을 웃다/ 울음을 울다/ 걸음을 걷다/ 춤을 추다/ 땜을 때우다/ 짐을 지다/ 뜀을 뛰다/ 꿈을 꾸다/ 뜸을 뜨다/ 이름을 이르다/ 셈을 세다/ 잠을 자다/ 그림을 그리다/ 얼음이 얼다/ 찜을 찌다/ 곰을 고다/ 튀김을 튀기다/ 무침을 무치다/ 살림을 살다/ 받침을 받치다/ 다짐을 다지다 …”

일종의 자가 번식 짜임들이다.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 모를 말들도 있다.

억눌리고 짜부라지고 비틀린 사물들을 제 모습대로 일으키고 피어오르게 하는 노릇이 ‘살림’이다. ‘죽임’과 ‘재움’과 맞설 터인데, 잠과 죽음은 한뜻으로 통한다. 이 ‘살림’은 온갖 상생·웰빙·윈윈 따위 유행어들도 녹여낼 터이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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