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5 07:36
수정 : 2005.03.2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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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 출연, 단순무식한 캐릭터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탤런트 소유진.(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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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김병욱 PD는 소유진을 만난 자리에서 "귀여울 수 있겠냐"고 물었다.
드라마에서 새침한 이미지를 주로 선보였던 소유진이라 과연 시트콤에서 애교있고 귀여운 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던 것. 최근엔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 PD는 촬영장에서 소유진에게 끊임없이 "줄이라"고 말한다.
표정이나 행동의 표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 김 PD의 애초 예상을훨씬 뛰어넘은 소유진의 파격적인 연기 덕분이다.
시청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도도하던 소유진이 무식하고 천박하게 좌충우돌하는 것을 보고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 같다"며 박장대소다.
"극중에서 저는 나름대로 솔직하게 행동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게 눈치 없는 맹한 짓이 되고 말죠. 실제 저의 모습과 비슷해요. 극중 캐릭터에서 무식하다는 설정만 빼면 저와 유사한 점이 꽤 있죠." 실제로 소유진은 극중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을 직접 설정해서 행동한다.
"내가억지로 꾸미는 것은 없다. 친구들을 만나서 행동하듯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소유진의 친구들은 방송을 보고 "딱 너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소유진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또라이'로 불린다. 엉뚱하고 의외의 행동을 자주 하기때문. 그는 "깍쟁이처럼 혼자서 잘 살고 싶지만 정작 주위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사고를 친다"고 말했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소유진은 외모를 빼면 아무것도 갖지 못한 인물로 나온다.게으르고 대책 없이 낙천적인 성격에 그야말로 일자 무식이다. 주변을 살피지못한 채 늘 단순하게 자신의 욕심을 드러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 친구인 박경림의 집에 빌붙어 산다.
정통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오던 그가 이런 일차원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많지는 않았을까. "생각보다 많이 망가지는 것 같다"고 웃으며 답한 그는 "아무리 망가져도 시청자를 합당하게 이해만 시키면 괜찮다. 소유진이 망가지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망가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소유진은 "이참에 다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완전히 미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싶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3년 10월 종영한 MBC TV '좋은 사람' 이후 드라마 출연 등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진로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
"연기를 좋아했을 뿐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원래 없었어요. 공부를 하고싶었죠. 막상 연기자가 된 후 바쁘게 지내면서 꿈과 멀어지는 나 자신에게 미안했어요. 그래서 작년에 유학 갈 생각도 했어요." 그러던 소유진은 일단 연기를 계속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연기를 하면서 유학이나 공부의 길을 모색하기로 한 것. 충분한 재충전기를 거친 소유진이 이번 시트콤에서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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