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7 17:06
수정 : 2005.03.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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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영씨가 디자인한 ‘화화(畵畵)’전 포스터. 인사동 화랑가에 우뚝 선 거인을 그린 그림의 작가는 박은영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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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의 변신은 무죄
“남들이야 뭐라던 저는 손맛 배고, 내용에서 국물처럼 뭔가 우러나오는 디자인이 좋습니다.”
전시와 예술축제 등의 도록, 포스터를 주로 만들어온 편집 디자이너 문승영씨는 젊은 미술인들 사이에 ‘구불텅’ 글씨로 유명한 사람이다. 서예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끼적거린 낙서도 아닌 헐렁하고 서툰 듯한 그의 글자꼴 디자인(타이포그래피)은 ‘일러스트 조각전’ ‘뷰파인더 캔버스’전 등 젊은 작가 사이에 회자되었던 1990~2000년대 명전시의 포스터와 도록들을 장식했다. ‘너’와 ‘나’자를 합성해 개인간의 차별을 없애자는 메시지로 만들어졌던 지난해 국가인권위 포스터도 디자인 동네에서는 화제가 되었던 작업들이다.
지난 10여년간 문씨의 타이포그래피 작업들을 한자리에 모은 그의 첫 개인전 ‘낮잠’이 서울 통의동 브레인팩토리에서 4월3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장 벽면에는 그동안 디자인했던 여러 전시 도록들을 한장한장 뜯어낸 낱장(그 자체로 이 시대 젊은 작가들에 대한 소개 목록이 된다)과 민족춤 제전, 해양미술제 등의 포스터가 빽빽이 붙었고, 중앙에는 그의 작업산실인 책장과 작업도구들, 디자인 밑그림 널브러진 탁자 등도 보인다. 문자 디자인의 실용적 기능에 앞서 담을 행사나 작가들 작업에 묻은 날것 그대로의 삶을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은 ‘간디학교’ 로고나 오윤의 호랑이 춤 목판화에서 따온 민족춤 제전 포스터 등으로 느낄 수 있다. (02)725-9520.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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