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화단에 젊은 작가들의 신작 전시가 한창이다. ‘신·동’전에 나온 구인성씨의 수묵그림 〈장면-무리지어 흩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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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화폭 ‘청춘스케치’
여전히 문은 비좁겠지만, 올 미술판은 시장에 깜깜했던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와 도약의 시기가 될 것 같다. 늦었지만 상업화랑들이 청년작가 마케팅을 시작하고 나섰다는 점은 어쨌든 고무적 현상이다. 아라리오갤러리가 유망 작가 8명의 파격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으며, 중견 화랑인 ㄱ갤러리와 또다른 ㄱ화랑도 최근 젊은 작가 3~4명과 전속계약을 맺은 것이 그런 조짐들이다. 신작들을 선보이는 새내기 작가들의 전시 행보 또한 이런 변화를 분명히 의식한 듯하다. 작가 이기일씨는 “스케일과 에너지만을 좇던 작가들이 형식에 관계없이 자기 개성을 더욱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바뀐다”며 “화랑 취향에 맞는 소품 형식을 지향하면서도 밀도 높은 자기 세계를 표현하려 애쓰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중스타 상투적 모습 희화화 %%990002%%실제로 올봄 신인 전시에서는 화폭, 조형물 등의 매체를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다. 4월10일까지 성곡미술관 별관(02-737-7650)에서 설치전을 열고 있는 부산 출신의 신인 정혜련씨는 가죽, 나무, 고무 같은 강한 재료로 만든 화폭에 태권브이 등의 만화영화, 동화 이미지나 대중스타의 상투적 모습을 희화화한 이미지를 입혀 작가만의 개성적인 표현언어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02-725-1020)에 마련된 심승욱씨의 개인전은 천조각, 종이, 우레탄, 모조 보석 등으로 만든 꽃 설치물 등을 통해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상업적으로 변질된 아름다움의 속성을 비웃는다. 가짜꽃 아름다움 속성 비웃어 서울 삼청동 스페이스셀에서 열리는 김정민씨의 조각전(4월3일까지·02-732-8145)은 골판지로 만든 가짜 꽃과 나무를 통해 설치와 조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최근 다시 부각되는 회화에 대한 집요한 분석과 탐구도 빼놓을 수 없다. 홍대 앞 숲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진씨의 개인전(4월11일까지·02-326-1255)을 주목할 만하다. 회색빛 화면에 옛 소련 레닌상 등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검푸른 기념비적 조상을 그려넣은 작업들은 정치적 기념비가 지닌 폭력적 기억과 역사의 미묘한 함수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그는 자동차, 신발, 양념통 등의 소품 그림을 건 뒤 실물을 가져오면 바꿔주는 물물교환 전시를 통해 교환가치를 냉소하기도 한다. 포르노 픽셀 인터넷서 끌어내 %%990003%%갤러리 키미의 ‘더 빌더’전(4월30일까지 02-394-6411)에 나온 문성민씨의 포르노 픽셀 회화는 인터넷에서 끄집어낸 이미지들을 한껏 조작해 프린트한 뒤 본떠서 수작업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한국화 쪽은 27일까지 홍대앞 꽃갤러리에서 젊은 작가들 30명이 파격적인 한국화를 선보였던 ‘미+끼’ 3부전에 이어 서울 공평아트센터의 ‘신·동(新·東)-한국화 신세대의 힘’전(29일까지·02-733-9512)이 눈길을 끌었다. 밥벌이의 두려움, 사회적 비판의식, 작가적 정체성 등이 배경에 뒤섞여 등장하는 44명의 작품들은 일러스트적이고 ‘뮤비’적인 현란한 한국화들이다. 드로잉과 크레파스 색칠로 기하학적 이미지 등을 그린 뒤 컴퓨터에 입력시켜 판화로 출력하거나 동영상 재료로 쓰는 신소영씨의 개인전(4월8일까지 숙대 문신미술관 빛갤러리·02-2077-7052)이나 시멘트벽 위에 어린 시절 주변 풍경의 기억 등을 새겨넣은 김소연씨의 개인전(29일까지 문화일보 갤러리· 02-3701-5755)도 눈에 띈다. 이밖에 조흥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영상작가 박경주씨의 ‘이주 여성의 삶’전(29일까지·02-722-8493)은 가정 폭력,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주여성 10명의 삶을 지난 한해 찍은 다큐사진에 담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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