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정래씨.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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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이적성 혐의벗은 작가 조정래씨…“아리랑·한강 쓸 때도 고심” “업무 성격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검찰에서 용단을 내려 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번 결정으로 분단 극복 문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아울러 사회 전체적으로도 6·15 공동선언 이후 통일 시대가 더욱 활짝 열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만 11년을 끌어 온 <태백산맥>의 이적성 시비가 검찰의 무혐의 판단으로 마감될 것으로 알려진 28일 작가 조정래(62)씨는 기쁨과 함께 홀가분하다는 심사를 감추지 않았다. “정확히 만 11년 동안 작가로서는 끊임없이 감시·고문당하는 것 같은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처음 사건이 터진 게 <아리랑>을 쓰던 때였는데, 소설 전개상 김일성 부대의 보천보 습격 사건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건을 있는 그대로 썼다가는 또 다시 이적성 시비에 휘말릴 것 같아 쓰던 글을 중단하고 며칠간 고민했죠. 결국 당시 조선·동아일보의 호외를 그대로 쓰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어요.” %%990002%%<한겨레>에 <한강>을 연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인 유일민·일표 형제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고통 당하는 얘기를 쓰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문학작품에 대한 법적 시비가 작가의 창작 의욕과 상상력을 얼마나 옥죌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사자로서 제가 자유로워진 것은 물론이지만, 다른 작가들 역시 이 사건 때문에 알게 모르게 긴장되고 위축되었던 데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활달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그동안 <태백산맥>의 독자들이 저를 둘러싼 울타리 구실을 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리고 싶어요. 또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 애써 온 민주화 세력에도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저와 똑같이 고통당해 온 아내(김초혜 시인)와 주변 분들이 고맙죠.” 조씨는 “<태백산맥>의 검찰 고발 이후 기사와 사설, 만평 등을 통해 줄기차게 그 부당성을 지적해 온 <한겨레>에는 특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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