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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8 18:28 수정 : 2005.03.28 18:28

“개도 밥 먹는 것은 안 때린다.”

숨은 주어를 살려서 다시 쓰면 “(우리는, 또는 아무도) 밥 먹는 개를 안 때린다”가 된다. 원래 문장에서 ‘밥 먹는 것[=개]’은 영어의 ‘관계절’에 해당한다. 이와 비슷한 관계절을 속에 담은 문장을 이따금 볼 수 있다. “봉순이, 고 예쁜 것을 내가 꼭 차지하고 말테다”에서도 ‘고 예쁜 것[=봉순이]’이 관계절에 해당한다. “사과 내가 어제 사온 것, 이리 가져오너라”에도 관계절이 들어있다.

관계문이란 공통되는 한 단어가 나타나는 두 문장을 합쳐서 하나로 만든 것을 말한다. 영어의 관계문에서 둘을 하나로 합치는 구실을 맡은 게 관계대명사다. 위 예문에서는 “개가 밥을 먹는다”와 “개를 안 때린다”란 두 문장이 합쳐져서 새로운 뜻을 지닌 한 문장이 되었다. 여기서 ‘것’은 영어의 관계대명사와 같은 구실을 하며, 물건뿐 아니라 동물이나 사람도 가리킨다.

그러나 우리말 관계문에서는 관계대명사에 해당하는 말, 곧 접속사와 명사를 하나로 합친 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생략되는 게 보통이다. 대명사가 없거나 흔히 생략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어에서는 관계대명사가 생략되는 수가 있지만 문법이 더 엄격한 도이치말에서는 그럴 수 없다. 위의 예문들도 ‘것’을 빼고 다음처럼 고칠 수 있다. “내가 어제 사온 사과를 이리 가져오너라” 등.

우리말에서도 다양한 관계절 표현이 가능하다. ‘내가 길을 물어본 사람’과 ‘내게 길을 물어본 사람’, ‘내가 울린 여자’와 ‘나를 울린 여자’, ‘나하고 함께 춤을 춘 피터’와 ‘내가 함께 춤을 춘 피터’. 또는 ‘나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 또는 ‘그 아들이 군인인 아주머니’ 같은 재미있는 표현도 나타난다.

안인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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