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작은 아씨들> 중 마치가의 네 자매와 로리가 함께 ‘다섯은 영원히’를 부르는 장면. 오른쪽 두번째가 서튼 포스터. 사진 폴 콜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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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매력 못미치는 음악과 노랫말 뮤지컬 <작은 아씨들>은 애초 2003년 개막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브로드웨이에 오기까지의 길이 결코 순조롭지는 않았다. 뮤지컬 <제인 에어>가 2001년에 개막했을 때, ‘여태 뮤지컬이 없었던가?’ 하고 놀랐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오프에서는 1964년에 <조>라는 제목의 뮤지컬이 있었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처음이다. 1933년에 제작된 흑백영화에서 캐서린 햅번이 맡았던 ‘조’가 모범답안처럼 남아 있는 상태에서 누가 주인공인 조세핀 마치를 맡을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정답은 <속속들이 현대적인 밀리>로 토니상 여우 주연상을 받으며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서튼 포스터였고 발랄한 ‘밀리’를 잘 기억하고 있는 뮤지컬 팬들은 그 결정에 전적으로 수궁했다. 문제는 작품인데, 2001년 워크샵부터 함께 작업했던 창작팀 가운데 작사가 앨리슨 휴바드와 작곡가 킴 오러 대신 주로 <지킬과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들에서 뮤직 수퍼바이저 등으로 활약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분야의 소방수 역할을 해왔던 제이슨 하랜드가 작곡으로, 뉴욕대학 뮤지컬 창작과 교수인 민디 딕스타인이 작사가로 전격 교체된 게 2004년 초여름으로 대본작가 앨런 니가 유일하게 남은 오리지널 창작 멤버였다. 12월7일에 프리뷰를 시작하여 1월23일에 개막하는 일정에 맞추기에는 매우 급박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의 흥행성적은 예매율 60%에도 못미치는 아슬아슬한 상태다. 주인공인 조 마치를 맡은 서튼 포스터가 극의 80%를 책임지며 종횡무진 활약을 하지만 여기에 너무 기댄 나머지 남자 배역들인 로리나 배어 교수, 존 부룩 등이 매력을 잃고 방황하게 되었고 덕분에 새콤한 로맨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음악과 가사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한다기 보다는 그저 무난하게 작품 속에 묻혀 있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안정적이다 못해 평범하게 흐르는 음악과 구체적이기 보다는 추상적인 가사 역시 원작의 매력 속에 기대려는 듯이 보인다. 음악과 가사는 그야말로 무난하지만 원작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최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경향이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코미디 쪽으로 기울어 있는 형편이다. 한 편에서는 비치 보이스와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팝 뮤지컬이 올라오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코미디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배꼽 잡는 뮤지컬인 <더럽고 비열한 사기꾼들>과 영국 코미디 영화인 <몬티 파이톤과 성배>를 바탕으로 만든 <스패멀럿>이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거기에 곧 영국에서 온 가족 뮤지컬 <치티 치티 뱅뱅>이 합세할 예정이라 뮤지컬 <작은 아씨들>의 앞날은 더욱 험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씨들>이 견디는 힘은, 화려한 장면을 다 생략하고 단 열 명의 캐스트로 단촐하게 이끌어가면서 초기 제작비와 진행비를 확 줄인 데다 원작의 명성에 힘입어 8월30일부터 이미 미국 30개 도시 투어공연의 일정이 잡혀있는 덕분이다. 브로드웨이에서 단 1년 반이라도 롱런하기 위해 <작은 아씨들>은 6월 초에 있을 ‘토니상’ 수상이라는 구명줄만을 기대하는 중이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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