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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9 16:27 수정 : 2005.03.29 16:27

“상생에서 찾았죠 발레의 틀 깨기”

“민주화 투쟁은 이제 지난날”
재즈연주자 ‘박재천&미연’ 함께

민주화 시위가 줄지었던 1980년대, 춤도 시위였다. 1986년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이 주축이 된 무용단 <불림>과 <디딤>은 여성 노동자의 죽음이나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극장 무대에 올렸다. 시위 현장을 누빈 건 물론이다. 주류 무용계는 발칵 뒤집히거나 철저히 외면했다. “작품을 올린다니까 안기부에서도 전화를 했어요. 지금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정말 유치한 시대였습니다. ”그 맨 앞에 발레를 전공한 조기숙(46)씨가 있었다.

“그때는 오롯이 춤에 대해 박수를 치질 않았어요. ‘사랑도 명예도~’(<님을 위한 행진곡>)만 흘러도 사람들은 감동했습니다. 예술적으로 고뇌할 여건이 아니었고 메시지를 담아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능력도 말라갔죠. 완전히 투사가 되거나, 무용을 하려거든 정말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영국 유학길에 오른 게 95년. 무용인으로서는 유례없이 민주화투쟁으로 감옥까지 다녀왔던 자신의 이력 탓인지 국내에서 대학원만 5차례 떨어진 뒤였다.

그가 한국에서 11년 만에 작품을 올린다. 다음달 8~9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만나게 될 <몸놀이>이다. 지난해 귀국해 하반기엔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로 부임했는데, 공연을 앞두고 목소리가 단호하다. “지난 날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지만 고민합니다.”

한국 무용작으로는 유일하게 99년 에딘버러 축제에 참여했고, 경쟁이 치열한 영국 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전통 무용과 발레를 접목한 를 런던 안 극장에 올리기도 한 그다.

하지만 수많은 무용 관계자들은 마냥 <몸놀이>의 ‘정체’가 궁금하다. 조씨는 나직하게 ‘뉴 발레’라고 했다. “우리 전통공연은 얼마나 깊고 다양한가요. 유독 발레만 형식적 틀에 묶여 있어요.” 개념부터 내세운 건 그 틀을 깨고 싶은 욕심 탓이다.

작품은 서사 구조를 일체 배제하고 아름다운 여성적 몸짓을 개발해 배합하는 형식으로 짜여진다. 무용수들이 서로의 결함을 채우며 자유롭게 동작을 탐구하는 ‘상생안무’를 꾀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립발레단 출신의 박태희, 유니버설 솔리스트 출신의 조정희 등이 모여 매일 밤 8시부터 12시까지 연습을 하고 있다. 석달째다. 재즈 연주자로 이름난 ‘박재천 & 미연’과도 ‘상생’을 꾀함은 물론이다. 박재천은 퍼쿠션, 미연은 피아노를 무대에서 즉흥 연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같이 춤추는 사람에 대한 배려, 빈 공간에 대한 배려처럼 ‘배려’하는 게 자기가 사는 길이거든요. 제가 좇는 세상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어요. 이젠 몸으로 정면승부할 뿐입니다.” (02)338-6420.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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