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리나·영나씨 중앙박물관에
희귀한 미술사 원서 많아 소중 국립중앙박물관 초대관장을 지낸 고 여당 김재원 박사(1909 ~ 1990)의 맏딸 김리나 홍익대 교수와 막내딸인 김영나 서울대 교수가 부친의 15주기를 맞아 그동안 보관해온 고인의 장서 4000여 권을 지난달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에 기증했다. 박물관쪽은 4월12일 낮 유족과 이건무 관장 등 문화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서 기증식과 함께 고인의 미발표 원고를 모은 수필집 <동서를 넘나들며>의 출간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박물관 유물부에서 분류중인 김 박사의 기증 장서들은 고고학, 미술사학 관련 서적들이 주종을 이룬다. 고인이 유럽 유학중이던 30년대와 관장 재임시절인 50~60년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구입한 희귀한 고고, 미술사 관련 원서들이 많다. 특히 20~30년대 서구 조사단이 발굴한 이란 등의 중앙아시아 유적 보고서 등과 20년대 나온 세키노 다다스의 <조선미술사> 원간본 등 일본학자들의 조선미술사 연구자료, 30년대 유럽서 나온 보티첼리, 뒤러 등 르네상스기 작가론에 대한 미술사 원서 따위가 눈길을 끈다. 원전자료가 절대 부족한 국내 문화재학계에 모두 단비처럼 소중한 장서들이다. 김리나, 김영나 교수는 “부친이 돌아가신 뒤 수장도서를 갈무리하고 분석할 별도 연구소를 세울 생각이었으나 여건이 맞지 않아 박물관쪽에 대부분 기증하게 되었다”면서 “고인의 유지를 살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박물관쪽은 10월 개관 이후 구내 도서관에 고인의 호를 딴 여당문고를 신설해 고인의 기증도서들을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한편 유족들은 문화재 인사들과 함께 ‘여당학술기금’(가칭)도 내년중 설립해 미술사·고고학 박사과정 연구자들의 학술 활동을 돕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 김재원 박사는 함경남도 함주 출신으로 34년 독일 뮌헨대에서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고 40년까지 벨기에 겐트대 조교수를 지내다 귀국했다. 해방 직후 초대 국립박물관장에 취임해 70년까지 재직하며 박물관 운영체계 정립과 후학양성에 애썼다. 특히 72∼77년 미국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의 한국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후학 연구자들의 유학길을 돕는 등 국내 고고미술사학계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했다. 고고학계 대부였던 김원룡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안휘준 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그의 도움을 입어 유학한 후학들이다. 두 딸인 김리나, 김영나 교수도 불교미술사와 현대미술쪽에서 중견학자로 활동중이다. 저서로 논문집 <한국과 중국의 고고미술>과 회고록 <경복궁야화> <박물관과 한평생> 등이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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