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임진왜란·문록전역 |
나라 사이에 서로 치고받고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맞서서 고함을 지르게 된다. 이 때 서로 하는 말이 다르게 된다. 서로 다르게 말하는 것을 ‘력사용어’라고 한다. 이 용어는 반드시 일방 통행인 말로 된다. 서로 사이좋게 이로움을 보는 일에서는 비슷한 말을 사용하게 된다. 서로 사이좋게 되는 일에서 쓰는 말은 ‘력사용어’라고 하지 않는다.
1592년 4월13일 일본이 조선땅을 빼앗으려고 칼과 새총을 가지고 10만 병정이 부산포에 들어왔다. 배달겨레는 그 침공을 ‘임진왜란’이라고 불렀다. “임진년에 왜놈이 일으킨 난리”라는 말이다.
일본겨레는 자기들 명분 없는 야만 행위를 둘러치기를 해야만 했다. 일본에는 음력이 익지 않아 적용할 수 없었기에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라는 짐승 띠가 없어서 ‘임진’을 모르게 된다. 그들에게는 통치자 연호가 있다. 당시 저들의 통치자 관백 연호가 ‘문록’(文祿)이어서 ‘문록전역’(文祿戰役)이라 얼버무렸다.
배달겨레 역시 전(戰) 자를 익히 배웠으나, 쓰지 아니하고 ‘란’(亂) 자를 사용해 왔다. 전쟁이라고 하지 않고 ‘전역’(戰役)이라고 했다. “전쟁터에 나가서 일했다”를 뜻하는 말이 ‘전역’이다. 이를 구경하는 나라가 있다. 조선 편을 드는 나라는 ‘조-일 전쟁’(朝日戰爭)이라고 한다.
광복 후 일본 도쿄제국대학 졸업생 김성한이 ‘인진왜란’이라고 해야 될 것을 ‘칠년전쟁’(七年戰爭)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신문에 연재했다. “저 녀석이 어느 나라 사람이더냐?” 하면서 시끄럽게 되었다. 지은이가 도중에 ‘임진왜란’으로 바꾸어서 연재했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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