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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1 14:12 수정 : 2005.03.31 14:12

영화 '엄마'로 스크린 외출하는 탤런트 고두심씨. 연합

7일 개봉하는 영화 '엄마'(제작 필름뱅크ㆍ청어람, 감독 구성주)는 어지럼증으로 차를 탈 수 없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평생 별 탈 없이 살았던 이 할머니에게 새로 부여된 과제는 막내딸 결혼식 참석이다.

문제는 결혼식장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는 사실. 이것 저것 궁리 끝에 할머니의 집 해남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목포까지 200리길을 3박4일 동안 걸어가기로 하고,할머니 옆에는 개성은 각자 강하지만 효심은 한결같은 자식들이 함께 한다.

일단 운동화 끈 질끈 묶고 길을 나서지만 할머니와 자식들의 눈앞에는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

말 그대로 넘어야 할 산이 있고, 지나야 할 다리(현수교)가 있으며 건너야 할 강이 있다.

영화는 산 좋고 물 맑은 자연을 배경으로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식들 각자의 사연과 이로 인한 갈등을 에피소드로 담고 있다.

착한 소재와 내용을 담담하게 담고 있지만 영화는 '엄마'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은근함과 뭉쿨함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엄마 캐릭터를 비롯한 모든 인물은 영화 속에서 시종 일관 엄마를 얘기하고 그 결과 결국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관객이라기보다는 극 속 인물뿐인 상황이 됐다.


'그는 내게 지타를 아느냐' 이후 7년 만에 복귀한 구성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2000년 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방송됐던 '추씨 할머니의 100리길'이 기본 아이디어가 됐다.

타이틀 롤은 고두심. '파이란', '목포는 항구다'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손병호와 '강원도의 힘', '가능한 변화들'의 김유석의 각각 큰아들과 둘째 역을 맡았다.

결혼식을 올리는 막내딸 역에는 '런투유'로 스크린에 데뷔했던 채정안이 캐스팅됐고 '코르셋'의 이혜은이 큰딸로 출연한다. (서울/연합뉴스)


“사랑하다 죽는 비련의 연기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그랬고 '한강수 타령'에서도 마찬가지였듯, 연기자 고두심(54)의 모습은 자식들(캐릭터)과 함께 앙상블을 이뤘을 때 밝은 빛을 발하는 듯하다.

어머니 같은 연기자 고두심이 다음달 7일부터 영화 '엄마'로 관객을 만난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타이틀 롤인 엄마. 어지럼증 때문에 차를 타지 못하는 이 엄마는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먼 길'을 걸어가고, 이 길에 말 많지만 효심은 지극한 자식들이 동행한다. 지난 몇 년 간 주연배우를 받쳐주는 역할로 영화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단독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십수 년 만에 처음이다.

"바삐 사느라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고두심을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평창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 엄마 = 최근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된 기자시사회에서 고두심은 자신의 '엄마'에 대해 말하며 떨리는 목소리를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는 "그 한숨이 한숨이 아니었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자식을 낳아보니 알겠더라고요. 자고 있던 우리 7남매 머리맡에서 부모님이 짓던 한숨은 그냥 한숨이 아니라 피눈물이었을 것 같아요. 두 명뿐인데도 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깊은 한숨을 지으시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8년 전과 4년 전에 이미 이 세상을 뜨셨고,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했던 슬하의 딸과 아들은 이제 직장인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성인으로 잘 자라줬다.

"일하는 어머니라 준비물도 제대로 못 챙겨줬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잘 자라준 게 너무 고맙다"는 그는 "요즘 애들답지 않게 순진한 게 보기가 좋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물다섯의 딸과 이제 곧 스물이 되는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얼마 전 미국으로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서 보내줬다"는 그녀는 "모자간에 '잘 먹었냐', '잘 쌌어'란 말로 '암호'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귀띔하며 활짝 웃었다.

■ 배우 = 지난 가을 '엄마'의 촬영장이 기자들에게 공개을 때의 작은 에피소드 하나. 강을 건너다 물에 빠지는 장면이 촬영됐고 고두심은 거의 반나절 동안 물 속을 드나들어야 했다. 육체적으로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휴식시간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생스럽다"가 아닌 "흰머리 어떻게 하나"였다. 물에 쓸려 흰 머리 분장이 지워질까봐 걱정스러웠던 것. 최근 '한창 뜨고 있는' 젊은 배우들의 '자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우리 때'에 비해 '요즈음' 배우들의 차이는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 고두심의 설명이다. 무역회사를 다니다 늦깎이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인기와 명성을 쌓아올려 왔다.

"급하게 할 것 하나도 없어요. 내 외모가 뭍사람들(고두심은 제주도 출신이다) 사이에서 예뻐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예쁜 얼굴보다는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어야죠. 음식으로 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의 향기 같은 게 한 배우에게 우러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여자 = 데뷔 33년차 배우인 고두심은 여태껏 귀를 뚫어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전원일기'에 출연했왔던 데다 꾸준히 어머니 배역이 들어왔기 때문. 예외도 많았지만 꽤나 일찍부터 어머니 역을 맡아왔고, 어머니의 모습은 고두심에게 가장 맞는 옷이 되어왔다.

"어머니 역만 맡으려고 한 것은 당연히 아니에요. 화려한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의상에서나 헤어스타일에서나 화려한 인물을 좋아해요."

그런 맥락에서 그는 "중년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 얘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침 그가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도 '닥터 지바고'같은 멜로물이다. 80년대 드라마 '사랑의 굴레'에서부터 최근의 '한강수타령'까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노주현 씨나 "눈 속에 열정을 품은 듯한" 백윤식 씨 등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상대 남자 배우다.

"사랑하다가 죽는 비련의 멜로물에 출연하고 싶어요. 황혼에도 불 같은 사랑을 할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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