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나는 총각 너는 처녀 |
두 문장을 연결하는 ‘는’과 ‘도’는 쌍을 이루는 버릇이 있다. 둘이 얘기할 때는 한 사람이 “나는 배고프다” 하면 상대방이 “나도”라고 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한 사람이 상대의 마음까지 함께 헤아려 말할 때는 ‘는’이나 ‘도’를 되풀이하기도 한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 때 앞에 나오는 ‘너도’의 ‘도’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뒤에 나올 말을 무의식적으로 헤아려 미리 쓴 표현이다. 한국말에서 이런 되풀이는 운율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노랫말에 자주 나온다. 노랫말이 아니라도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인다. “나는 이것 먹고 너는 저것 먹고.”
우리는 말을 할 때 문법적으로 반듯한 표현만 골라 쓰는 것이 아니라 제 길에서 약간 벗어나 삐딱한 것을 좋아한다. 어떤 언어에서나 변이형태는 널리 쓰이고 또 사랑받는다. ‘삐딱’도 적절하게 쓰이면 멋있고 편리하다. 또 한 사람이 일정한 방식으로 삐딱한 표현을 만들어내면 그것은 다채로운 뉘앙스를 지닌 그 사람만의 독특한 문체로 된다. 그래서 ‘삐딱’은 문법가들에게는 골치 아픈 것이지만 문학적 표현에서는 뺄 수 없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말이 변하는 현상에도 한몫을 한다. ‘삐딱’이 널리 유행하다가 나중에 그 일부가 반듯한 문법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쟤는 눈이 커”가 반듯한 표현이지만 “눈은 쟤가 커”도 널리 쓰인다. “코도 쟤가 크다.” 아니면 “눈은(도) 쟤가 이쁘고 코는(도) 쟤가 이쁘고.” 반듯한 표현을 조금 삐딱하게 바꿔친 것이지만 뉘앙스도 다르고 생동감도 달라진다. 규범과 통제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특히 삐딱한 표현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안인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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