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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2 10:39 수정 : 2005.04.02 10:39

한겨레 자료사진.

"벚꽃 하얗게 핀 날/ 지나던 동네 아낙 한 마디/창경원이네유!/ 그 자리에,/ 창경원 벚꽃/ 하얗게 쏟아지는 소리!"

"노인 한 분 이랑 긴 콩밭 언덕을 천천히 오르신다. 그 산밭길, 젊어서도 힘들었다"

판화가 이철수(52) 씨가 5년 만에 여는 전시회에 출품될 판화작품에 새겨 넣은 짧은 이 경구들은 소박하고 건강한 삶에서 건져 올린 섬광과도 같은 깨달음이다.

제천 외곽의 농촌에서 아내와 농사를 짓고 판화작업을 하는 이씨는 1일 밭에서일하다 전화를 받았다.

"지금 도라지 씨를 뿌리고 있어요. 농사짓고 판화작업 하다보니 휴대폰이 필요없네요. 지금 이 전화도 집에서 쓰는 무선전화기예요".


그는 평범한 일상이 드높은 정신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존재와 삶의 경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자연의 순환과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맡긴 그의 판화는 그래서 단아한 맛을 갖고 있다.

농부들과 더불어 산 지 어느덧 19년째로 접어들다 보니 그의 판화는 소출은 적지만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농부들의 삶을 닮았다.

. "달팽이 더디가는 걸음도 부지런한 제 길", "움직이는 씨는 싹을 틔우지 못하는법-고요히 앉으라!", "뿌린대로 거두고 무욕이면 고요하다", "봄날 밭을 일구는 이마음 같았을까? 흙그릇에 무늬를 새기던 옛 사람들"

농부들과 함께 호미로 밭을 일구고 씨 뿌리는 경험이 없었다면 얻기 힘들었을 생각들이다.

▲ 한겨레 자료사진.


오는 6일부터 18일까지 종로구 관훈동의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릴 이번 전시회의출품작은 70여 점. 이 가운데 40여 점은 7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시애틀의 데이비드슨 갤러리에도 전시된다.

판화모음 '생명의 노래'도 출간한 이씨는 "판화의 큰 여백이나 잔무늬 사이 빈공간에서 마음자리를 찾아, 오솔길 같고 골목길 같은, 당신만의 사유공간을 많이 만들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로 관람객들을 초대했다. ☎ 02-736-1020.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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