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으레/ 케케묵다? |
문교부에서 1988년에 ‘한글맞춤법’을 고쳐 정했다.
그 맞춤법에서 ‘표준말 규정 제10항’에 겹소리 ‘ㅖ’를 홑소리 ‘ㅔ’로 소리낸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으례, 켸켸묵다’를 ‘으레, 케케묵다’로 적는다고 한 것이다.
그것이 잘 되는지, 얼마만한 보람이 있는지, 그래도 되는 것인지 미심쩍다.
‘ㅖ’를 ‘ㅔ’로 소리내는 경우가 그 두 낱말뿐이라면 상관없다. 그러나 ‘ㅖ’가 들어가는 낱말은 상당히 있다.
‘-꼐’:예라꼐라.
‘-켸’:콩켸팥켸.
‘-예’:그예, 아예.
‘-례’:오례쌀, 차례.
‘-계’:물계, 비계, 청계, 핑계.
‘계-’:계면, 계면굿(계면놀이), 계면돌다, 계면떡, 계수, 계시, 계시다, 계집, 곕시다.
‘예-’:(예), 예기, 예끼, 예놈, 예덕나무, 예라(끼놈), 예쁘다, 예사, 예순, 예오, 예팥.
모두 서른 개가 넘는다. 그러므로 두 개만 고치면 0.05%밖에 안 되는데, 그것을 고쳤다고 한다면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더구나 ‘켸’는 ‘켜’와 관계가 있으니 ‘케’로 해 버려도 되는지?
마치 ‘맞춤법 규정 제30항’에 두 음절로 된 수천개의 한자말에서
‘곳간·셋방·숫자·찻간·툇간·횟수’의 6개만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고 한 것과 비슷하다.
그나마 ‘방’과 ‘퇴’는 ‘온돌’처럼 우리말이니, 한글이 없을 때 아무리 한자로 적어도 그것은 ‘취음’에 지나지 아니한다.
고치려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고쳐야지, 0.05%나 수천분의 하나쯤 고쳐 놓고 고쳤다고 하면 누가 알아 주겠나?
그야말로 눈 감고 아옹 하는 식이다.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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