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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3 17:36 수정 : 2005.04.03 17:36

힘차구나 박연폭포

정선외 이인상·윤두서 명작 함께

쿵! 갑자기 눈 앞에 괴물처럼 육박해오는 천리길 암벽, 눈앞이 아찔하다. 우르릉! 암벽사이로 장대한 폭포가 쏟아진다. 분명히 눈으로 보는 그림인데, 이다지도 귀가 얼얼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통회화사의 영원한 거장인 조선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대작 <박연폭도>는 힘찬 먹바림과 거침없는 필선으로 관객을 우렁찬 폭포 소리 속으로 휘몰아넣는다. 개성 명승 박연폭포를 그린 이 걸작은 실제 폭포보다 훨씬 웅장하게 과장한 그림이다. 하지만 먹붓을 쓸어내리며 묘사한 암벽의 태산같은 덩어리감과 수직으로 내리꽂는 폭포의 장쾌함으로 우리 산하 진경의 기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6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개막하는 ‘조선후기 그림의 기(氣)와 세(勢)’전은 <박연폭도>를 비롯한 겸재 수작들이 나온 사실만으로도 발품에 값한다. 전시장에는 <박연폭도>외에도 지극히 섬세한 세필로 성주 관아 객사 연못의 정경을 그린 <쌍도정도>, 관동팔경인 <시중대도>, 한양성 안 풍경인 <북단춘의도> 등이 나와 진경산수는 물론 중국 남북종화에 모두 통달했던 겸재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남녀의 성기를 암시하는 담묵의 계곡풍경인 <관폭도><어촌도> 등에서는 주역의 음양이론 대가였던 화가의 관능적 지성을 접하게 된다. 전시의 또다른 고갱이는 동시대 대표적 선비화가인 능호관 이인상의 걸작 <장백산도>다. 특유의 갈필과 꼬장꼬장한 선으로 추상성까지 느껴지는 그림 속 백두산 풍경은 그가 조선조 추사 김정희와 더불어 가장 문기있는 화가로 꼽히는 이유를 대변한다. 우리 화단의 또다른 큰 별인 공재 윤두서가 정교한 공필로 그린 청록채색화 <요지연도>, 미치광이 화가 칠칠 최북의 대표작 <공산무인도><처사가도>, 오원 장승업의 산수인물 영모 8폭 병풍 등도 함께 나왔다. 조선 후기 회화사를 관통하는 두 열쇠말인 진경의 기운과 문자향서권기를 함께 엿볼 수 있는 명작들과의 만남이다. 20일까지. (02)720-1524~5.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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