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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4 00:29 수정 : 2005.04.04 00:29

사람은 음식만큼 생각도 먹어야 살지요

예순 할아버지 작가가‘삶에 대한 성찰’을 동화책에 담았다
얘들아 생각 던질게 받아라…응차

작가 이현주는 예순을 넘긴 할아버지다. 예수와 부처, 장자와 마호멧을 오가며 여러 책을 펴내거나 번역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저자·번역자 이름으로 ‘이 아무개’가 적혀 있다. 이름이 따로 없다는 뜻이다.

그가 이번에 펴낸 동화책 <토끼도 저만큼 착한 풀을 뜯어 먹고 산다>의 주인공도 이름이 없다. 그저 ‘조아조아 할아버지’로 불릴 뿐이다. 아무리 봐도 이 ‘조아조아 할아버지’는 스스로를 아무개로 부르는 지은이와 닮았다. “이름은 이것과 저것을 나눠 놓는 칼과 같은 것이야. 내가 마침내 이름을 벗어 버렸을 때 얼마나 좋았던지.”

동화책 속의 ‘조아조아 할아버지’는 바람이 친구다. 바람과 함께 벗하며 세상의 아픈 사람, 약한 사람, 슬픈 사람을 만나 삶과 세상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바람이 물었다. “못 들어간다.” 할아버지가 답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렇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와 있으면서 어떻게 여길 (또) 들어온단 말인가. 여기가 하느님 나라다.”

하느님 나라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나’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그건 아무리 늦었어도 너무 늦지 않은 일이다. 왜냐면 “오랫동안 나를 잃어버리고 살았어도, 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니,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조아조아 할아버지’는 어머니한테 꾸중듣고 우는 아이, 장성한 아들의 죽음 앞에 통곡하는 어머니, 장애인을 사랑하다 자살을 결심한 여인,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노인 등을 만난다. 타고르의 노래를 빌려 이들의 등을 도닥인다. “그대 만일 지는 해 때문에 운다면 눈물로 눈이 멀어 별들을 보지 못하리.”

지은이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에 삶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담으려 애쓴 데는 이유가 있다. 지은이는 원래 신학대학을 나와 목회활동을 하다 지금은 그조차 훌훌 던지고 여러 종교와 사상을 섭렵하고 있다. 그가 쓴 동화의 뿌리도 그 곳에 있다. 이 동화책에서 지은이는 “어머니 냄새에는 아기 냄새가 배어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아기다. 아이가 어른이다. 어른을 향한 그의 종교·철학서는 어린이를 향한 동화책의 다른 모습이다.

지은이는 동화책 서문에서 말한다.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살지만, 생각도 먹어야 살 수 있어요. 몸과 마음에 좋은 생각들을 많이 담아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세요.” 좋은 생각이 부족한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지은이인 이현주 할아버지는 화 안내실 것이다. 전학년, 이현주 글, 박지은 그림. ­산하/80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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