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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7 19:09 수정 : 2005.04.07 19:09

아이들은 길섶에 ‘풀가위’를 얽어 동무들이 지나다 걸리게 하는 장난을 모른다. ‘돌부리’에 채어 넘어지거나 다치는 일도 없다. 온통 시멘트 아스팔트 길이 되었으니.

그런데도 ‘걸림돌’의 뜻폭이나 쓰임새가 많이 넓어졌다. ‘돌’ 자체를 뜻하는 데서 나아가 일에 방해가 되거나 거치적거리는 사물이나 그 비유로 더 널리 쓰인다. ‘장애물’을 대체하는 정도인데, 사람도 제도도 마음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거침돌’이라고도 한다.

쓴약인가 걸림돌인가/ 시장확산의 걸림돌/ 그의 출연에 걸림돌이 된 부분들/ 우리말 걸림돌/ 협상의 최대 걸림돌/ 한국 경제의 큰 걸림돌/ 새로운 걸림돌/ 한-일 관계의 걸림돌 ….

같은 돌이라도 놓인 곳이나 쓰임 따라 이름이 다르다. 길바닥에 놓이면 걸림돌이지만 기와집이나 초가집 대뜰을 만드는 댓돌·툇돌이나 마루 아래 놓으면 섬돌이다. 이 섬돌·노둣돌이 다 디딤돌이다. 그러니 디딤돌과 걸림돌이 다르지 않다. 주춧돌은 머릿돌·모퉁잇돌·초석이라고도 한다. ‘정초’(定礎)란 주춧돌이 아니라 ‘주춧돌을 놓는다’는 뜻이다. 바위짝을 받침돌이나 굄돌로 받친 것을 고인돌이라고 한다. 선돌도 있다. 이땅은 고인돌·선돌이 많은 ‘돌’의 나라다. 돌칼·돌절구·돌솥·돌구유·숫돌·돌베개·다듬잇돌이 두루 살림살이들이다. 돌탑·돌부처·빗돌·돌담·돌다리·돌무덤은 흔하나 돌집은 보기 드물다.

[돌:](石)은 긴소리인 데, 짧은소리 [돌]도 있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개량종이 아닌 토박이 동식물에 붙어 쓰인다. 돌콩·돌귀리·돌배·돌감·돌미나리·돌삼 …들이 그런데, 온갖 유전 조작을 거쳐 나온 ‘튀기’보다 비루먹고 맛없는, 다듬어지지 않은 돌것, 돌놈들이 귀해졌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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