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공동체’ 로 우회 접근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중·일이 동시에 국가주의 또는 국수적 민족주의를 불러들이며 긴장과 배척의 ‘적대적 공범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동아시아 경제협력 공동체 구상을 조금씩 진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그 선두에 있다.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군국주의를 불러들이는 대표적인 ‘상징행위’다.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을 사실상 응원하는 정치행동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는 동아시아 경제공동기구를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동북공정에서 드러났듯이 내부적으로는 ‘역사 재구성’을 통한 민족국가적 단결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아세안+3’으로 표현되는 동아시아 구도에서 중국과 일본은 이미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공존을 말하면서도 이를 거스르는 경쟁의 이면에는 ‘국가이익의 극대화’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러나 100년 전 일제가 내건 ‘대동아공영’의 이념이 그러했듯이, 이런 패권적 접근으로는 평화공존이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유럽통합 과정을 보면, 경제이익을 앞장세우지 않고 역사·문화 등의 영역을 통해 이를 에둘러 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유럽통합의 기초를 닦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이후, 유럽연합(EU)은 ‘소크라테스 프로그램’ ‘다빈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럽 각국의 언어·역사·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와 회원국 어디서나 취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직업교육 등을 추진했다. <새유럽의 역사> 발간도 이와 맞물린 것이었다. “유럽에 비해 이질적 요소가 더 많은 동북아 지역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문화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민문홍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지적은 그래서 한·중·일 평화공동체에 가장 핵심적인 경구다.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가는 길에서 ‘평화중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국 시민사회가 성찰해야 할 대목도 있다. 이신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동북아 또는 아시아, 나아가 세계 속 한국의 구실을 고민한 흔적을 국사교과서에서 찾을 수 없다”며,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동북아와 동아시아를 (역사교과서의) 시야에 넣는 일”이라고 제안한다. ‘차이와 다름의 이해’를 표방하는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는 한국인들에게도 새로운 역사교육의 지평이다.안수찬 기자
문화일반 |
유럽통합의 교훈 |
소크라테스·다빈치 프로그램등
‘교육·문화공동체’ 로 우회 접근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중·일이 동시에 국가주의 또는 국수적 민족주의를 불러들이며 긴장과 배척의 ‘적대적 공범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동아시아 경제협력 공동체 구상을 조금씩 진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그 선두에 있다.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군국주의를 불러들이는 대표적인 ‘상징행위’다.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을 사실상 응원하는 정치행동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는 동아시아 경제공동기구를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동북공정에서 드러났듯이 내부적으로는 ‘역사 재구성’을 통한 민족국가적 단결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아세안+3’으로 표현되는 동아시아 구도에서 중국과 일본은 이미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공존을 말하면서도 이를 거스르는 경쟁의 이면에는 ‘국가이익의 극대화’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러나 100년 전 일제가 내건 ‘대동아공영’의 이념이 그러했듯이, 이런 패권적 접근으로는 평화공존이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유럽통합 과정을 보면, 경제이익을 앞장세우지 않고 역사·문화 등의 영역을 통해 이를 에둘러 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유럽통합의 기초를 닦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이후, 유럽연합(EU)은 ‘소크라테스 프로그램’ ‘다빈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럽 각국의 언어·역사·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와 회원국 어디서나 취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직업교육 등을 추진했다. <새유럽의 역사> 발간도 이와 맞물린 것이었다. “유럽에 비해 이질적 요소가 더 많은 동북아 지역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문화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민문홍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지적은 그래서 한·중·일 평화공동체에 가장 핵심적인 경구다.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가는 길에서 ‘평화중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국 시민사회가 성찰해야 할 대목도 있다. 이신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동북아 또는 아시아, 나아가 세계 속 한국의 구실을 고민한 흔적을 국사교과서에서 찾을 수 없다”며,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동북아와 동아시아를 (역사교과서의) 시야에 넣는 일”이라고 제안한다. ‘차이와 다름의 이해’를 표방하는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는 한국인들에게도 새로운 역사교육의 지평이다.안수찬 기자
‘교육·문화공동체’ 로 우회 접근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중·일이 동시에 국가주의 또는 국수적 민족주의를 불러들이며 긴장과 배척의 ‘적대적 공범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동아시아 경제협력 공동체 구상을 조금씩 진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그 선두에 있다.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군국주의를 불러들이는 대표적인 ‘상징행위’다.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을 사실상 응원하는 정치행동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는 동아시아 경제공동기구를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동북공정에서 드러났듯이 내부적으로는 ‘역사 재구성’을 통한 민족국가적 단결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아세안+3’으로 표현되는 동아시아 구도에서 중국과 일본은 이미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공존을 말하면서도 이를 거스르는 경쟁의 이면에는 ‘국가이익의 극대화’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 그러나 100년 전 일제가 내건 ‘대동아공영’의 이념이 그러했듯이, 이런 패권적 접근으로는 평화공존이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유럽통합 과정을 보면, 경제이익을 앞장세우지 않고 역사·문화 등의 영역을 통해 이를 에둘러 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유럽통합의 기초를 닦은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이후, 유럽연합(EU)은 ‘소크라테스 프로그램’ ‘다빈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럽 각국의 언어·역사·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와 회원국 어디서나 취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직업교육 등을 추진했다. <새유럽의 역사> 발간도 이와 맞물린 것이었다. “유럽에 비해 이질적 요소가 더 많은 동북아 지역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문화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민문홍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지적은 그래서 한·중·일 평화공동체에 가장 핵심적인 경구다.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가는 길에서 ‘평화중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국 시민사회가 성찰해야 할 대목도 있다. 이신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동북아 또는 아시아, 나아가 세계 속 한국의 구실을 고민한 흔적을 국사교과서에서 찾을 수 없다”며,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동북아와 동아시아를 (역사교과서의) 시야에 넣는 일”이라고 제안한다. ‘차이와 다름의 이해’를 표방하는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는 한국인들에게도 새로운 역사교육의 지평이다.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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