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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9 18:27 수정 : 2005.04.19 18:27

“연극은 ‘공론의 장’ 을 연다”

“연극을 통해 당장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문학처럼 고대부터 연극이 지녔던 ‘공론의 장’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캄머 슈필레 극장에서 만난 젊은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37·베를린 샤우뷔네 극장 연극 감독)의 ‘연극론’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연출가인 그는 지난해 세계 최대 연극제인 ‘아비뇽 페스티벌’(프랑스)의 객원 감독으로 뽑혀 <인형의 집-노라>(헨리크 입센 원작), <보이체크>(게오르그 뷔히너) 등 자신의 네 작품을 내리 지구촌 관객에게 소개했다. 나이에 견줘 이례적이다. 독일 언론은 그가 연극을 외면했던 젊은이들을 극장으로 부르고 있다고도 평한다.

“사회비판성 연극은 대개 지루했어요. 어떻게 흥미롭게 만들까 고민하죠. 그래서 이미 관객들에게 미디어로 주입된 기존의 친숙한 이미지들을 빌립니다. 그리곤 그 이미지들조차 정말 재밋거리였는지 되묻도록 하죠.”

그래서 오는 6월 한국 무대(서울 엘지아트센터)에 올려질 <인형의 집-노라>도 파격적이다. 마돈나와 라라 크로포드의 이미지가 노라를 통해 고스란히 재현된다. 하지만 의미는 19세기 <인형의 집>을 훌쩍 넘어선다.

“원작에서 집을 떠난 노라는 당시 여성의 새 미래상일 수도 있지만 제 작품에서 남편에게 총을 쏜 노라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관객들을 선동하고 싶었어요. 이젠 남녀평등이 이뤄졌다고 보는 현대인들의 환상을 꼬집고 싶었어요. 그런 문제의식이 다시 모아지지 않으면 노라에겐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 하나만 남아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돼버리는 거죠.”

그의 현실비판이 대안을 갖는지 궁금했다. 총을 쏜 노라의 이후를 고민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연극은 물음을 쥐어줄 뿐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저래도 되나’하는 의문만 던져도 제 의도는 전해진 겁니다.”

뮌헨(독일)/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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