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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0 17:00 수정 : 2005.04.20 17:00

대학생들 위장취업 등 80년대 노동운동 재조명

문화방송의 현대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24일부터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국 진보운동을 재조명한다.

‘한국의 진보’ 3부작(연출 한학수)이란 이름이 붙은 이 프로그램은 1부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 2부 ‘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 3부 ‘혁명의 퇴장, 떠난 자와 남은 자’로 구성돼 3주에 걸쳐 방영된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규모로 많은 지식인들이 공장에 들어갔다. 그들은 ‘위장취업자’, ‘운동권’ 그리고 ‘지하세력’ 등으로 불려왔으며 대한민국 진보세력의 역사로 자리매김됐다.

연출을 맡은 한학수 피디는 “우리 사회가 겪어왔던 갈등과 고민이 함께 담겨 있는 진보세력들의 지난 25년을 담담하게 드러내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런 정리는 진보세력의 성찰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며, 이들과 동시대를 살아야 하는 건강한 보수에게도 시사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24일 밤 11시30분 방송될 1부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 편에서는 1980년대 위장취업자들의 혁명을 향한 열정과 한계, 오류를 성찰해본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상당수 운동권 학생들은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이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려는 꿈을 안고 공장 노동자로 위장취업한다. 위장취업자들이 왜 공장으로 갔으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 노동자들은 이런 지식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위장취업 경험이 있는 현직 국회의원들과 사회운동가, 당시 위장취업자들과 함께 활동했던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들어본다.

또 최초의 지역 노동자 연대 투쟁으로 꼽히는 85년의 구로동맹파업 과정에서 위장취업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숨겨졌던 지하활동의 내용이 공개된다.

5월1일 방송되는 2부 ‘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 편에서는 위장취업자들과 선진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비밀정치조직인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의 실체를 밝힌다. 85년 뼈대를 형성한 인민노련은 87년 발족식을 거쳐 91년 전국적인 지하정당을 결성한다. 2부에선 인민노련에서 활동한 이들은 누구이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은 당시 운동권의 주요 세력이었던 주체사상파와 왜 대립했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 3부 ‘혁명의 퇴장, 떠난 자와 남은 자’ 편은 5월8일 전파를 탄다. 90년대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민중당 실험이 실패하자 진보운동세력은 깊은 좌절에 빠진다. 좌절한 위장취업자들은 노동 현장에서 빠져나오고 현장에 남은 노동자들은 쓰린 현실을 맞이한다. 혁명이 퇴장하고 난 뒤, 떠난 자와 남은 자들이 갖고 있는 명암을 알아본다.

한학수 피디는 “지난해 9월부터 이번 방송을 기획했다”며, “하지만 위장취업 등 80년대 노동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가 없어 관련자들을 일일이 만나면서 역사를 새로 쓰는 것처럼 기초작업을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런 제작진의 노력으로 이 프로그램에서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언론으로서는 처음 공개하는 내용들이 빛을 발한다. 86년 정부가 작성한 위장취업자 규모 관련 보고서를 비롯해 공장활동을 하던 박종철씨의 ‘공장 활동 보고서’, 위장취업 과정에서 주민등록증 위조 때문에 부천서에서 조사를 받다 성고문을 당한 권인숙씨의 ‘자필 진술서’, 위장취업했던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서울대 물리학과 조정식씨의 사고 사실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된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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