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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1 17:22 수정 : 2005.05.01 17:22

이쾌대가 40년대 그린 드로잉 작품들. 왼쪽부터 <마부><한민이>.



근현대의 ‘밑그림’을 보라

막 잠 든 솜털 보송보송한 갓난 아기, 강보에 싸인 그 옆 모습이 화폭에 비친다. 화살표로 가리킨 뒤 아이 이름을 ‘한민’이라고 썼다. 그 위에 알파벳으로 쓰여진 피카소, 브라크, 루소 같은 거장 이름들. 작업과 가정 사이에서 번민했던 작가의 고뇌가 관객의 눈 속에 스며들어온다.

월북작가 이쾌대의
해방공간 드로잉
점으로 환원된
김환기 뉴욕생활
이응노의 우리 산하 만나

올해로 개관 30돌을 맞은 서울 평창동 그로리치 화랑의 기념전 ‘드로잉을 통해 본 한국현대미술 60년사’(15일까지)에 출품된 월북작가 이쾌대의 드로잉 중 하나다. 드로잉에 일가견 있는 이 화랑이 이쾌대, 이응노, 김환기, 송영수를 주인공 삼아 6부로 보여주는 이 기획전은 고갱이격인 이쾌대의 생생한 드로잉과 유화들이 먼저 눈길을 붙잡는다.

▲ <해방고지의 습작>. 모델이 된 인간 군상들의 전형성과 내면의 분위기를 탄탄한 선묘로 포착하고 있다.



이쾌대는 한국전쟁 때 의용군 포로로 잡혔다가 북한을 택했다는 점 때문에 기억에서 묻혀버렸던 작가다. 88년 해금조치 이후 화단의 관심을 받으며 복권되었다. 해방공간 인물 군상들의 다기한 모습들을 기념비적 묘사로 담아낸 ‘군상’ 등은 우리 미술사에 남을 걸작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단호한 윤곽선이 돋보이는 인물군상인 <해방고지의 습작> <마부> <백우> <여인>을 비롯해 <여인좌상> 등의 누드드로잉, <무희의 휴식> 같은 유채화 등이 나온다. 해방공간 사람들의 복잡한 내면적 심리 상황 등을 정밀하고 단단한 선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김환기의 작품으로는 64년부터 10년 간 뉴욕에서 작업할 때 빌딩 불빛과 별빛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촘촘한 점 추상 수채와 드로잉들이 나왔다. 문자 추상의 달인 이응노가 프랑스로 가기 전인 40년대 우리 산하를 그린 드로잉들은 60년대 이후 작품들과 견주어 보는 재미가 있을 법하다. 올해 35주기를 맞는 요절 조각가 송영수의 드로잉은 특유의 꿋꿋한 선 조형물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치열한 구상들을 날 것대로 엿볼 수 있다.


75년 문을 연 그로리치 화랑은 유명 작가로 활동중인 이두식, 김태호, 하동철, 김홍주씨 등이 젊은 시절 거쳐갔던 중견 화랑이다. (02)395-5907.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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