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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1 19:38 수정 : 2005.05.01 19:38

‘우풍’이라는 말이 있다. 방구들을 데우는 우리 온돌방에 있는 현상이다. ‘난로’(스토브, 파이어플레이스, 페치카, 히터)를 쓰는 다른 나라에는 없다.

방바닥의 다스운 기운을 흩뜨리지 않고 모아 두려고 이불 따위로 덮는다. 그러면 그 위 방 안 공간에는 다스운 기운이 막혀 찬 기운이 돈다. 지붕이나 벽이 얇으면 그런 데서 찬기운이 스며들어 우풍이 더해진다.

그런데 우리 사전들은 이 ‘우풍’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개 ‘외풍’이라는 한자말을 만들어, 그 말의 잘못이라고 다루고 있다. 있는 말이 없는 말의 잘못이란다.

그런 중에서 문세영 <조선어사전>(1938)만은 견해가 다르다. 어정쩡하나마 ‘웃바람’이라고 해 놓고, 그 풀이를 “겨울에 방 속 천장·벽 들에서 나오는 찬 바람”이라고 했다. 거의 맞는데, 풀이 끝의 ‘바람’만 틀렸다.

‘우풍’의 ‘풍’을 ‘風’으로 잘못 알고 ‘바람’이라고 한 것인데, ‘바람’이 아니고 천장·벽에서 나오는 찬 ‘기운’이다.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낱말이 있다. ‘두르풍’이다. 사전들에 그 풀이를 “흔히 노인들이 방 안에서 추위를 막느라고 어깨에 둘러 입는 웃옷”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림말에 ‘두르風’이라고 ‘風’자를 넣는다. 어째서 ‘웃옷’이 ‘風’이냐.

‘풍’을 ‘風’으로 잘못 알고, ‘기운’을 ‘바람’이라고 하는 것이나, ‘웃옷’을 ‘風’이라고 하는 것이나, 우리말을 무시하는 짓들이다. ‘風’에는 “가르침·경치·기세·떨어짐·문둥병·바람·버릇·분부·빠름·소리·쐼·암내·중풍·충고·품성·풍악·풍채·학질” 따위 뜻은 있으나 ‘기운’이나 ‘웃옷’이란 뜻은 없다.

어디에 ‘외풍’(바깥바람)이라는 말이 있더라도 ‘우풍’이라는 우리말을 개개지 말자.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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