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동남아어 표기 |
재외동포 수가 세계화의 한 잣대가 될 수 있다면, 그 규모가 700만을 헤아리니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힐 터이다. 문제는 미국·중국·일본 들에 쏠려 겨레얼이 갈라질 조짐을 경계할 일이다.
지난 세밑에 정부 고시로 동남아 세 언어 한글표기법(말레이인도네시아·타이·베트남말)이 나왔다. 이로써 영어를 비롯한 로마자권과 일본·중국어를 합쳐 18개 언어의 표기법이 나온 셈인데, 아랍·러시아어 등 다른 언어들도 줄을 섰다.
외래어 표기법이란 우선 나라 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특정 말겨레와 오감이 잦아질수록 표준어처럼 통일된 적기가 필요해진다. 로마자 바탕의 ‘국제음성기호’를 거치긴 하나 대체로 현지음에 가까운 표기로 발전해 왔다.
새 베트남말·타이말 표기에는 두엇 새로운 특성이 보인다. 지금까지는 모든 외래어를 예사소리(ㄱ·ㄷ·ㅂ·ㅅ·ㅈ)와 거센소리(ㅋ·ㅌ·ㅍ·ㅊ)로만 적게 하던 원칙에서 된소리(ㄲ·ㄸ·ㅃ·ㅆ·ㅉ) 적기를 허용한 것인데, 주관 기관인 국립국어원 얘기로는 베트남·타이말에서 예사소리·된소리·거센소리 구별이 뚜렷하므로 이를 예외적으로 반영한 결과라 했다.
돌이켜보면, 1941년 조선어학회에서 나온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에는 이런 구별이 뚜렷했다. 이를 일제 말기와 6·25를 거치며 실제 글에 반영하지 못하다 50년대 말부터 외래어 표기 일반원칙에서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으로 굳혀 지금에 이른다. 마침내 베트남·타이어 표기에서 이를 크게 깨뜨리고 ‘통일안’으로 되돌림으로써 딴 말들에도 된소리 쓰기가 번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로마자(c·s 등)나 외래어들에 된소리 쓰임이 뚜렷하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외국어에서 세 가지 소리를 구별하기 어려운데, 이로써 표기법 지키기를 귀찮아할 것이 걱정이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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