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벨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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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은 맛 없고 난해하기까지 하다? 아니다. 적어도 이달 한국을 줄지어 찾는 세계적 현대무용가(단)들은 자신들의 몸짓이 바로 대중과의 호흡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소리쳐 말하는 듯하다. “혁신적”이란 평가는 모두 그 춤을 읽어낸 관객이 쥐어준 것이다. 즐거운 현대무용으로 서울의 5월이 꽉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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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자자한 세계적 무용가
무용수 대신 20명의 연극배우
‘추억의 팝송’ 몸으로 되살려 ◇ 제롬 벨= 드디어 제롬 벨(41)이 온다. 국내엔 ‘소문’만 무성했던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현대무용가. 모다페(MODAFE·국제현대무용제)가 여러 차례 추진했는데 2005년(24회)이 되어서야 그를 맞이한다. 연극적 요소를 차용하는 감각이 빼어나다. 이번에 준비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90분 동안 누구나 알 수 있는 18곡 팝송이 무대를 가른다. 무용수 대신 단출한 차림의 20명 연극배우는 팝송의 추억을 몸으로 되살린다. 웃거나 멈춰서거나 앉아 있다. 완벽한 일상의 몸짓이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무대가 삶이 되는 벨의 상상력과 구성력이 돋보인다. 배우와 관객의 경계도 그렇게 무너진다. 벨기에 대표 ‘모다페’ 손님
신작 ‘순수’ 서울서 세계 첫공연
무기력하고 소외된 인간 소재 ◇ 빔 반데키부스= 역시 모다페의 손님이다. 벨기에를 대표한다. 2003년 처음 내한해 소개한 <블러시>로 호응이 대단했다. 이번엔 2005년 신작, <순수>를 서울에서 세계 초연한다. 오는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선보이기로 돼있는데 그에 앞서 맛보게 되는 것. 신화에서 따온 무기력하고 소외된 인간을 소재로 삼았다. 그는 1985년 젊은 무용수들로 짜여진 무용단 울티마 베즈를 이끌며, 그간 시각 장애가 있는 무용수와 함께 작업하거나 남성(또는 여성)들만을 위한 작품 등을 만드는 등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몰락하는 문명, 탈출하는 육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모다페는 22일부터 6월7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등지에서 열린다. (02)738-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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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만든 흑인 무용단
재즈·블르수·하우스 뮤직·락…
원시적이고 관능적인 춤사위 ◇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 “나는 우리 무용단이 현대 무용의 중심부가 되길 바랍니다.” 앨빈 에일리(1931~1989)의 말이다. 기실 그는 주변인이었다. 직접 춤을 췄던 1940~60년대, 당대의 흑인이 짊어진 짐은 흑인 무용수인 에일리의 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즈를 춤의 안감으로 삼으며 대중을 삽시 사로잡았다. 1958년 만든 소규모의 흑인 무용단은 다인종의 무용단으로 몸피를 키웠고 이젠 미국을 선도한다. 무용단은 무엇보다 정통재즈는 물론 블루스, 하우스 뮤직, 락 등 대중적인 음악을 바탕으로 삼는 특장을 자랑한다. 거기에 녹아든 무용수들의 춤사위는 유연성, 힘, 속도 따위를 동력으로 한다. 군무는 마치 원주민의 축제처럼 율동적이고 강렬하다. 원색의 의상과 어울린 유색의 ‘몸’은 아름답다. 에일리가 있을 때보단 명성이 덜하다. 무용단에서 15년 간 춤추다 에일리의 유고에 따라 예술감독이 된 주디스 제이미슨이 이끌고 온다. 올 시즌 초연작으로 피겨스케이팅처럼 감미로운 <빛나는 별>부터 흑인 영가에 맞춘 남성 독무가 돋보이는 걸작 <계시>(1960년) 등 다양하다. 19~21일. 요일따라 레퍼토리가 다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1555. 이달처럼 세계의 현대무용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 모다페의 ‘춤객’도 이들이 다가 아니다. 10년간 지구촌 대중을 압도해온 매슈 본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도 10~29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만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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